[인터뷰-장팔현교수] “중일 역사왜곡 대응위해 현대판 ‘집현전’ 설치 필요”
[인터뷰-장팔현교수] “중일 역사왜곡 대응위해 현대판 ‘집현전’ 설치 필요”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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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팔현 교수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대판 ‘집현전’을 설치하자”는 이색제안이 나왔다.
장팔현 충북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0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일본과 중국 속의 한국사를 적극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자와 전문가를 망라한 ‘집현전’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어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오죽했으면 친일파 후손들이 재산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겠느냐”며 “친일파 후손들이 대를 이어가며 기득권을 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또 “이번 기회에 친일파 후손 국회의원들에 대한 신상정보도 공개해 오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자국인을 배치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며 “독도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다각적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미즈노 순페이 교수가 일본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다는 명목으로 일본의 우익들에게 한국사 왜곡의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며 “올바른 한일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미즈노 교수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일본의 한 우익사이트가 미즈노 교수에게 하얀 별표 두 개를 표시하고 최고의 우익인사인 니시오 칸지와 같은 급의 애국인사로 분류하고 있다”며 “미즈노 교수의 책은 전체적으로 일본 우익들의 역사관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14일 발간될 예정인 자신의 저서 ‘양복입은 사무라이 국가! 일본’에서 ▲미즈노 비판 ▲현대판 집현전 설치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일파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친일파 후손 국회의원들 신상공개 총선 참고자료 활용해야”
“일본 국제사법재판소에 자국인 배치 등 독도문제 만반준비”
“미즈노 교수 일본 우익들에게 한국사 왜곡 근거 자료 제공”



다음은 장 교수와 일문일답.

▲ 미즈노 순페이 교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일본에는 한국인이면서 친일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인사들을 추적하다 우연히 일본 교토 서점에서 미즈노 순페이 교수의 책을 접하게 됐다. 최근 일본사회가 급속하게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데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즈노 교수나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인 구로다 가스히로 같은 사람들이 한국사 왜곡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미즈노 교수의 경우 ‘좋은나라 운동본부’ 등 방송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등 청소년들에게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정체를 알려야 된다는 생각으로 추적을 하게됐다.

▲ 미즈노 교수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 쓴 상식이하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책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즈노 교수는 일부 한국인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본에 대한 상식이하의 역사왜곡을 비판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인식을 유포시키고 있다. 한국의 일부 재야학자들이 쓴 책만 선정해서 마치 그것이 한국사의 전체인 냥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들은 미즈노 교수의 그 같은 주장을 인용해 한국사를 왜곡하는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올바른 한일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취지가 오히려 한일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우익사이트인 ‘檀君 WHO′S WHO’(http://kamomiya.zive.net/)에서는 미즈노 교수에게 하얀 별표 두 개를 표시해 일본 최고 우익인사인 니시오 칸지와 같은 급의 애국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미즈노 교수는 이런 점을 상업적으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덧붙여 일본에서 발행된 미즈노 교수의 책과 한국어 번역본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 미즈노 교수는 한국 일부 재야학자들의 주장이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비슷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 일부 한국 재야학자들의 주장에 비판받을 점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즈노 교수의 책은 전체적인 내용에서 볼 때 일본 우익들의 역사관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우익들은 미즈노 교수의 2003년 주요업적을 평가하면서 ‘한국 TV에 출연해 허위에 가득 찬 일본역사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 일본은 1945년 한반도에서 물러가면서 다시 돌아온다고 공언했었다. 독도를 1905년 시마네현에 편입시킨 것도 한국의 국력이 약해질 때 다시 침략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다. 언젠가 한일 양국의 국력 격차가 커지면 독도를 빌미 삼아 침략전쟁을 벌일 것이다. 우리도 일본 쓰시마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자국인을 배치하는 등 오랫동안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독도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로 넘어가서는 안되지만 우리도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 한일문화 개방으로 일본의 대중문화가 급격하게 몰려오고 있다.
- 젊은이들이 미즈노 교수를 비판하는 내 글을 보고 ‘보수-국수주의자’라고 하지만 사리분별이 안되니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친일파들이 생기고 있다.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화침투에 숨겨진 의도와 목적을 알면서 받아들이고 향유해야 한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수준이 동등해져 별로 문제가 안되지만 과거를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 친일인명사전 발간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과거사를 정확히 알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발간돼야 한다. 오죽했으면 친일파 후손들이 재산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만약 반민특위가 성공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친일파 후손들이 아무런 속죄도 없이 대를 이어 기득권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명사전은 후대에 남겨져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친일파 후손 국회의원들에 대한 신상정보도 공개해 오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응책이 있다면.
- 현대판 ‘집현전’을 설치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중국 등의 역사에 정통한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을 모아서 일본과 중국 속에 있는 우리 역사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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