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시장 재판 방청기> “왜 시장님께 인사를 못했을까요?”
<박광태시장 재판 방청기> “왜 시장님께 인사를 못했을까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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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9일 새벽 4시에 차를 타고, 서울 법원에 가서 박광태 시장의 재판을 지켜보았다. 다른 사람 재판 진행 중에 잠깐 화장실 갔는데, 그때 시장님과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피했다.

광주시민인 내가 왜 당당하게 시장님께 인사를 하지 못하고 피해야 했을까. 만일 내가 인사를 했을 때 시장님이 나를 알아보았다면 항상 하는 것 처럼 웃으면서 인사를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은 구속이 되어 만날 수 없지만, 서울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시장님을 화장실 앞에서 피한 내가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고민했다. 무엇이 시민인 나와 우리의 대표인 시장이 서로 인사를 나누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검사와의 심문 과정에서 시장님은 혐의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리고, 검찰이 구속하겠다고 하자, 부담을 느껴서 시인했다고 했다. 돈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돈 받은 사실이 너무 많은데, 3000만원은 액수가 적어서 기억이 잘 안난다면 기억이 안날 수도 있다. 그런데, 검찰이 증거인멸을 이유로 구속한다고 했을 때 무엇이 두려워서 자신의 입으로 뇌물수수를 시인했을까?
광역자치단체 시장이 전혀 받은 사실이 없는데, 구속시킬 만큼 그렇게 대한민국이 막가는 나라인가? 또, 시장은 없는 사실이 만들어져 구속되는데, 이를 방어할 변호사 한사람 구할 수 없는가?

정말 결백하다면, "구속해라. 대신 나중에 진실이 밝혀질 때, 그때는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호통을 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뇌물수수가 사실이라면, 검찰소환이 처음 있었을 때,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요즘 정치인들이 잡아떼다 나중에 구속되는 사례에 너무나 질려 있어서, 시민들은 그러한 책임지는 모습에 감동했을 수도 있다. 이제 구속되어 재판을 얼마나 오래 끌지 걱정된다. 시정은 그동안 파행이 될 것이다.
뇌물수수가 사실이라면, 시정이 더 이상 공백이 되지 않도록 시장이 자진사퇴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최종판결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위를 자진 사퇴하는 정치인은 아마 한국 역사상 최초일 것이다.

시장님이 역사 속에서 다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길 바라는 간곡한 마음을 전하며, 화장실 앞에서 피했던 미안한 마음을 대신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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