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분명 교육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기고]분명 교육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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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근[광주광역시교육위원. 행정학 박사]
필자는 요즘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난 해 12월 24일에 학부모 대표란 분 여섯 분이 시교육청 기자실에 와서 감사 중단과 함께 필자의 사과와 퇴진을 주장한 성명을 발표하였다. 29일에는 일반계 고교 교장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학부모 200여명이 시교육청에서 시위를 하였다.

그 후 광주시교육청은 일반계 고교의 비정상적인 심화, 보충학습과 방학 중 입시위주의 특기적성교육을 금지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교육부 지침을 어기고 이를 다시 허용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2월 29일 일선 학교에 하달하여 교육 정책의 혼선을 부추겼던 것이다.

일부 학부모대표의 시위 그리고
보충학습·특기적성교육의 재 허용


지난 9월 교육위원회의 시교육청 감사 때에 필자는 특정학교의 특기적성교육비와 자율학습비를 수천만원 유용한 내용과 아울러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의 여러 면을 문제제기 했었다. 그 후 전교조광주지부에서는 일반계 25개 고등학교의 특기적성교육비 일부가 부정하게 사용되어 수 십억 원이 횡령되었다는 사실을 증거자료를 확보하여 부패방지위원회에 진정하였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전교조에서 진정한 내용을 교육부에 이첩하였고, 교육부는 광주시교육청에 진상조사를 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시교육청은 각 해당학교에 교육부의 공문내용을 전달함으로써 일부 학교장들이 대단히 난처한 입장이 된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자녀들을 위해서 고생하는 우리 학부모들 아닌가? 누구를 위해서 머리띠 두르고, 피켓 들고, 구호 연습하면서 시위를 하는 것인가? 통탄할 일이다. 선량한 학부모들을 사주하여 자극하고, 동원하여 왜 교육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가? 엊그제까지 부정하지 않겠다고 두 번씩이나 자정결의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도 감사가 두려운가?

왜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비교육적으로, 불법적으로, 음성적으로 돈을 걷고 있는가? 왜 특기적성교육비를 걷어서 일부는 떼 내어 비자금으로 활용하는가? 그 돈의 액수가 수천만 원이고, 학교별로 취합해 보니 수 십억 원인데 그 돈을 어디에 다 썼는지? 왜 시교육청은 이를 방조하고 부추기고 있는 것인가? 이제 용서를 빌고 다음부터 하지 않으면 될 터인데 학부모를 선동하여 이를 모면하려고 하는 수법과 작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미래의 꿈나무들이다.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에게 한낱 거짓 교육을 시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모독이자, 죄악이며 엄청난 국가적인 손실이다. 분명 그것은 교육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두번씩의 자정결의는...왜 본질을 흐리나
거짓교육의 실체 인식하고 진실을 말하라


지금은 교육감이 그 실패를 통절하게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거짓 교육이라는 것을 통절하게 인식하는 것만이 우리 교육의 희망인 것임을 확신한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거나 방황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득하고 깨우쳐 주는 일과, 인간의 도덕성과 창의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 대학입시 공부와 국가 경쟁력 운운은 허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모든 학부모들에게 설명하여 일깨워주는 일이 시급한 일일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의 본질을 망각하는 교원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자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거짓 교육을 시키는 교원과 학교를 입시학원쯤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교원들을 바르게 계도하거나 엄단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당장 교육감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필자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일까? (이 글은 무등교육신문 교육컬럼에 실린 내용입니다.)

/윤봉근[광주광역시교육위원.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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