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광주시의회,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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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사회에서 ‘권력’이라는 말은 항상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자 ‘금기의 성역’이었다. 권력이라는 말속에 내재돼 있는 ‘절대성’과 ‘영속성’에 대한 깨지지 않는 환상 때문이었다. 특히 ‘일인권력’은 몰락할 수 있지만 ‘절대권력’은 망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경험은 그 같은 신화에 견고한 외피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997년 우리국민들이 일궈낸 수평적 정권교체는 ‘절대권력 불사’의 신화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내는 의미 있는 역사적 진전이었다. 그리고 2002년 시작된 ‘개미들의 반란’은 ‘정권재창출’을 넘어 ‘절대권력 해체’라는 시대적 과제를 역사의 본궤도에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한해는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에 나누자’는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정치권력 특히 ‘의회권력’을 교체하자는 전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다. 의회권력이야 말로 ‘절대권력 해체’에 저항하는 마지막 보루로 인식된 결과였다. 그동안 ‘절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가 ‘절대권력’이 던져준 떡고물의 단맛에 빠져 스스로를 무장해제하고 투항에 들어간 결과였다.

집행부 견제·감시 포기…협력·동반자 자처 하위권력 포섭
“경륜장·학교급식·시장퇴진 등 시민입장서 싸운 적 있나”
시의회 교섭단체 개정안 마련 불구 새 원내실험 성공 미지수


이 같은 상황은 지방정치에서도 예외 없이 관철되고 있다. 지방자치 10여년을 맞는 동안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팽개치고 스스로 협력·동반자 관계를 자처함으로써 하위권력의 일부로 포섭된 것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의회 윤난실 의원은 “경륜장, 학교급식, 시장퇴진, 시민의 날 변경 등 광주시의회가 단 한차례도 시민의 입장에서 싸운 적이 없다”며 “집행부의 의지가 일방적으로 관철된다면 의회의 존재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의회기능의 부재는 단체장 1인의 절대권력을 강화시키는 데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청렴하고 공평무사해야 할 시장이 뇌물수수라는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고도 공직사회 수장으로서 큰소리 치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이 의회의 기능과 절차를 무시하고 시장과 직접 ‘맞짱’을 뜨는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권한과 업무가 시장 1인에게 집중되는 폐해를 낳고 이는 역으로 단체장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역설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시의회는 올해 외형적으로 새로운 의회모델을 만들어 낼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민주당의 분당과 우리당 창당으로 시의회의 민주당 일당독점 구도가 무너지고 양당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시의회 의석 분포도 민주당 12석, 우리당 6석, 민주노동당 1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개정조례안을 의결하는 등 구체적인 세부일정 마련에 들어갔다.

시의회가 마련한 교섭단체 개정조례안에 따르면 4인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1개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으며 무소속 의원이나 소수정당 소속의원이 연대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분위기와는 달리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시의회의 새로운 원내실험이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과 우리당의 양당구도가 의원 개인들의 정치철학이나 정책적 차이에 따른 분화가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줄서기 성격이 강해 외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는 4월총선이 끝나봐야 그 성패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시의원들이 이제까지 당의 색깔이나 정치적 신념보다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적 결정을 내려왔다는 점도 교섭단체 구성을 통한 원활한 의회운영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개혁과 권력교체에 대한 의지가 뜨거울 것으로 보이는 올 한해는 분명 외형적으로 보자면 시의회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호기임에 분명하다. 위기와 기회의 양날 위에 서있는 시의회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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