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트는 새해 아침에
[기고]동트는 새해 아침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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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월곡중 교감]

늘 그렇듯이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가 가고 희망의 새해가 왔다.
생각해보면, 일제치하는 우리 국민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결과적으로 국토를 분단시키는 시발점이 되어서, 지금까지도 민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천년 앞의 역사를 내다보면, 다시는 식민통치를 받아서는 안되겠다는 각성과 통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매운 고추 같은 역사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박대통령의 유신독재가 끝난 후 전대통령의 7년 단임, 노 대통령의 민선, 김영삼 대통령의 5ㆍ6공 청산, 김대중 대통령의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는 분명히 조금씩 전진하였다.

지금의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정부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차떼기와 같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힘이 아직 남아있다고 믿기에 또 하나의 희망으로 보고 싶다.

그렇다. '3류'라고 부르기도 아깝기에 '5류'로 떨쳐버리고 다시는 구제하고 싶지 않은 썩어버린 정치인들을 보면서도, 새해 아침 붉게 솟구치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시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다시는 구제하고 싶지 않은 썩은 정치인보면서도
붉게 솟구치는 태양바라보며 희망 노래하고 싶다"


등교길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며 질서를 지키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강물의 오염도를 측정하고, 숲 속의 생태계를 조사하여 더 살기 좋은 자연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학생들과 국회의원들의 추악한 행태를 보다 못해 전국학생의회를 꾸려 난상토론을 벌인 학생국회의원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올바른 민주주의와 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모든 분야가 개혁되어야한다는 사고를 가진 젊은이들과 몇 천억 차떼기로 빼앗겨버린 자기의 봉급을 악착같이 찾으려는 두 눈 부릅뜬 옹골찬 노동자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그리고 우리의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산골짜기로 들어가 새로운 학교건설에 힘쓰고 있는 대안학교 교사들과 그 곳에 모여드는 학생들, 그런 교육을 해야겠다고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우리의 희망이다.

모든 것이 개방되어 자본과 산업은 물론, 유통시장마저 외국계에 점령당해 가는 것을 보고, 우리 농산물·우리 중소기업제품 애용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토종 네트워크마케팅 소비자 단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과 행복한 시절이라곤 별로 가져 본적 없는 황혼의 세대들이 너도나도 가난했던 옛날을 생각하며 여생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말로 눈물겨운 우리의 희망이다.

석학 타고르는 우리나라를 '동방의 해 뜨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 이면에는 이처럼 추운 겨울 날, 닭 한 마리를 잡더라도 온 동네가 즐겁게 나누어 먹을 줄 아는 정겹고 따뜻한 나라였기에 하는 말일 것이다. 나라가 위태로우면 아낙네들마저 행주치마에 돌멩이를 날라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해냈던 백성들이었기에 하는 말일 것이다.

다시 새해는 밝았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년 되풀이되는 시간의 장난일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 새해 아침 동터오는 태양의 정기를 받아 소외 받는 이웃을 포근히 감싸고, 타국의 사람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는 동방의 아름다운 백성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선호(월곡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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