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서무원들 결국 길거리로
광주은행 서무원들 결국 길거리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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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측 23일 면직 통보…계약직 전환시 임금 더 준다 회유>
<서무원 5명 24일 지노위 부당해고 구제신청…1인시위 계획>

광주은행이 ‘바람찬 날’에 끝내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
광주은행은 지난 23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류재규, 정해선, 문창수, 박상국, 최현규씨 등 서무원 5명에게 ‘기타면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광주은행 본관 17층에서 대기상태로 근무하며 은행측의 명예퇴직 회유와 협박을 받아왔던 이들 서무원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정들었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다.

이에 대해 류재규씨는 “은행측에서 22일까지 별다른 통보가 없어 혹시나 정리해고 방침을 거둬들였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막상 이렇게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보니 갑자기 허탈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들에 따르면 은행측은 지난 23일 해고를 통보한 자리에서 “은행과 노조가 구제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며 “계약직으로 전환하면 현재 계약직 직원보다 연봉을 좀 더 올려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돈 보다 명예가 더 중요하다”며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 마지막 협상도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이들 서무원들은 지난 24일 지방노동위원회에 광주은행 엄정대 행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요청했으며 26일부터는 광주은행 본점 앞에서 본격적으로 1인시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해선씨는 “은행측에서 단 한차례의 해고회피 노력도 없었고 그 같은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며 “이번 부당해고에 맞서 대법원까지 간다는 각오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국씨도 “지난 97년 IMF 이후 은행측이 명예퇴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시외 지점으로 배치시켜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게 하는 등 온갖 고통을 겪게 하다가 결국은 이렇게 부당한 방법으로 정리해고를 시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올해 입사 9년 차인 최현규씨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최씨는 대구가 고향으로 광주은행 대구지점에 입사했다가 경영이 악화되면서 대구지점이 폐쇄되자 직장을 따라 삶의 근거지도 광주로 옮겼다. 최씨는 지난 9년 동안 근무하면서 7번이나 지점을 옮겨다닐 만큼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결혼도하고 아이도 생겨 광주에서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다는 희망하나로 묵묵히 참아왔다. 그런데 지금 나가라니 배신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학생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문창수씨도 당장 내년부터 학비 걱정을 해야할 처지다.
문씨는 “은행측에서 고액연봉이어서 나가라고 하는데 지난 22년 동안 근무한 결과가 대졸 4년차와 똑같은 임금”이라며 “이제껏 암흑 속에서 일하다 이제 막 햇빛을 보려고 하니까 은행측이 정리해고를 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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