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깨면 평화의 경지”
“꿈 깨면 평화의 경지”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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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원각사서 열린 강연회

전도몽상(顚倒夢想)! 한마디로 ‘꿈 깨’라는 말이다.
지난 16일 1천일 기도를 마치고 5년 만에 광주를 찾은 도법스님(실상사 주지)은 ‘평화’라는 세계사적 화두를 설명하며 ‘예경제불원(禮敬諸佛願)’과 ‘광수공양원(廣袖供養願)’ 그리고 ‘전도몽상’이라는 선지식을 빗대 깨달음의 죽비를 날렸다.

도법 스님은 이날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주관으로 원각사에서 열린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삶을 평화롭게 하는 길’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역사적으로 평화이념에 충실해온 종교는 불교가 유일하다”며 “평화를 가꾸는 것 자체가 깨달음의 수행”이라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이어 “인류역사의 60∼70%가 종교전쟁이었지만 불교이념 때문에 전쟁을 한 적은 없다”며 “유일신교적 신념체계가 전쟁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불교가 그동안 정치권력과 야합하고 아부하며 왜곡된 역할을 해온 것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자기비판을 하기도 했다.

도법 스님은 또 ‘보현 10대 행원’ 중 ‘예경제불원’과 ‘광수공양원’을 설명하며 불교 가 평화의 종교임을 설파했다. ‘예경제불원’은 본래부처인 모든 부처에게 예를 바쳐 공경하기를 소원한다는 ‘존중의 의미’이며 ‘광수공양원’은 ‘본래부처’가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널리 공양하기를 기원한다는 ‘감사의 의미’다.

이와 관련, 도법 스님은 “본래부처는 미륵불이나 석가모니불 같은 특정한 부처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진리의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너를 존중하고, 너에게 감사한다면 진리의 존재로 태어난 너와 나의 관계가 평화롭다”고 말했다.

본래부처인 우리 모두가 부처의 삶을 추구하며 ‘예행제불원’(존중)과 ‘광수공양원’(감사)을 실천한다면 능히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이어 평화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전제로써 21세기 개인과 역사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성적 성찰’을 통해서만 진실이 보이고, 진실에 다가설 수 있으며 진리에 눈 뜰 수 있다는 것.

도법 스님은 “그동안 인간들이 철저한 자기성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새빨간 거짓말’에 놀아나고 있다”며 “‘부자 되면 행복하고 좋은 것’이라는 ‘부자의 논리’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며 파괴적인 논리”라고 비판했다.

“너를 존중하고 너에게 감사하면 너와 나는 평화의 관계”
“인류역사 반성적 성찰 없어 부자·승리의 논리 놀아나”
“미국이 테러근절 위해 전쟁 선포한 것은 몰상식의 전형”
“선진강대국 침략전쟁 용인 21세기 역사 야만 시대 퇴보”


도법 스님은 이어 “전쟁이 나든 말든 온통 더 많이 갖고 쓰자는 부자타령이 한창”이라며 “지난 보릿고개 시절 1인당 국민소득 80불에서 지금 1만불로 100배나 더 부자가 됐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좋은 사회가 됐냐”고 반문했다.

도법 스님은 또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승리의 논리’는 힘과 경쟁 그리고 싸움의 논리”라며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근절을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은 몰상식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도법 스님은 “미국이 건강한 상식을 가졌다면 왜 테러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과 누가 테러를 했는지 사실규명을 먼저 했어야 한다”며 “원인과 사실규명도 없이 평소에 기분 나빠하는 상대를 쳐부순 것은 몰상식의 극캇라고 비난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미국이 세계최고의 공격과 방어능력을 가진 국가로 전쟁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며 “이는 승리의 논리가 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법 스님에게 부시의 침략전쟁보다 더 절망스런 상황은 선진 강대국들이 보인 모습이었다. 21세기 최고의 선진국과 강대국들이 추악한 침략전쟁에 박수를 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선진 강대국들이 뒷골목 3류 똘마니의 행태를 보여줬다”며 “이들 국가들이 21세기 역사를 야만의 시대로 퇴보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따라서 도법 스님은 ‘전도몽상’의 깨우침을 통해 몽매한 무지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우리 모두가 ‘거짓말의 노예’가 돼 부자가 되고 승리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통찰이 없다면 백날 평화이야기를 해봐야 공허하다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세상이 경제·기술적으로 변화와 발전을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성찰해야 한다”며 “이는 잘못된 세계관과 삶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이분법적이고 이원론적 사고는 엉터리이며 잘못됐다”고 말하고 “‘너 없는 나’, ‘물질 없는 정신’, ‘자연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불교적 지혜’라고 덧붙였다.

결국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자기중심의 이기적 욕망으로 삶의 문제를 다루지 말고 ‘전도몽상’을 통해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달관의 경지에 도달할 때 평화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결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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