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 ‘잔인한 겨울’
정치신인 ‘잔인한 겨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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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 정치관계법 개정안 현역의원 입맛 따라 개악


성서에서 ‘다윗’은 왜소한 체구와 변변찮은 무기를 가지고도 거인 ‘골리앗’을 단숨에 거꾸러뜨리는 호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현역 정치인’과 ‘정치신인’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재연될 전망이다. 하지만 성서에서처럼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는 ‘다윗’이 얼마나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관측이 우세하다.

현역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선거법 개악안’을 무기로 이들 정치신인들의 ‘손과 발’을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목요상·이하 정개특위)가 현역의원 ‘철밥통 사수’를 위한 총궐기에 나섰다. 정개특위가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위원장 박세일·이하 정개협)에서 마련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정치신인에게 족쇄를 채우는 방향으로 마구잡이 손질을 하고 있어 빈축을 싸고 있는 것.

정치신인 사전운동기간 ‘120일전’서 ‘90일전’ 후퇴
현역정치인 의정활동 금지기간은 90일전서 30일로 단축

현역의원 의정활동 보고 등 명목 무제한 선거운동 가능
연구소 개소식·출판기념회 얼굴 알리기 맞불 불가항력


정개특위는 당초 정개협이 예비후보자의 사전선거운동 허용기간을 ‘선거일 120일전’으로 제안한 것을 ‘선거일 90일전’으로 축소하면서 자신들의 의정활동 보고금지기간은 ‘90일전’에서 ‘30일전’으로 줄였다. 이와 함께 선거운동 방법도 예비후보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를 거쳐 전자우편이나 홍보물을 보낼 수 있도록 한 정개협 안에 대해서도 모두 금지 시켰다.

결국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선거법 장벽을 높여 유권자 접촉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한편 자신들은 의정보고라는 명목으로 무제한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나 향후 정치신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광주지역 현역국회의원들도 매주 지역구를 찾아 의정보고와 조기청소 등을 명분으로 골목 곳곳을 누비며 표밭갈이에 여념이 없지만 정작 정치신인들의 경우 기껏 연구소 개소식이나 출판기념회라는 편법을 통해 제한적으로 유권자를 접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에서는 때아닌 연구소가 설립 붐이 일고 있는가 하면 잇단 출판기념회가 열려 총선을 앞두고 보기드믄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어림잡아 30여개의 연구소가 성업중이고 앞으로도 몇 개가 더 개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몇몇 입지자들이 일찌감치 출판기념회를 마친 가운데 일부 입지자들도 이를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출판기념회도 성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광주 동구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입지자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돈은 묶고 입은 풀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돈은 묶지 못하면서 입은 묶여있는 기형적인 선거제도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돈 선거 논란도 수그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개협이 선거자금 투명성 확보와 돈 선거 시비를 차단시키기 위해 마련한 개혁안에 대해서도 정개특위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난도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개협은 선거비용과 관련, 1회 20만원 이상 지출할 때는 반드시 수표나 신용카드를 이용토록 하고 현금지출을 선거비용 제한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1회 현금 지출한도를 30만원으로 늘리고 선거비용 제한액도 20%로 확대했다.

선거비용 제한액을 넘겨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았을 때 당선무효가 되도록 한 돈 선거방지 조항도 무산될 입장에 처해 있으며 선관위의 조사권 강화 방안도 흐지부지 될 가능성 커졌다.

이에 대해 북구지역 한 입지자는 “현역의원들이 철저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요리하고 있다”며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에게 이들 법안의 처리를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비난했다.

화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문행주씨(41)도 “정치권이 자기밥그릇을 스스로 깰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 정치개혁문제와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은 국회의원들이 개입하지 못하고 바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강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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