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본관 17층에서 무슨 일이…>사원 5명 상대 ‘명퇴 공작’
<광주은행 본관 17층에서 무슨 일이…>사원 5명 상대 ‘명퇴 공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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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본관 17층 빈사무실에서는 지금도 주위의 철저한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사원(조합원) 5명에 대한 사측의 명예퇴직 공작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은행 기능직으로 입사해 서무원으로 종사하고 있는 류재규, 정해선, 문창수, 박상국, 최현규씨 등 5명이 지난 7월16일 인사부로 발령을 받은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보직도 없이 대기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사원들은 지난 11월18일자로 이미 해고예고통지서를 받은 상태여서 사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오는 22일 전원 자동면직 될 딱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 광주은행은 지난 7월 경영상의 긴급한 이유와 기형적인 인력구조 개선 등 몇 가지 사유를 들어 43명의 직원들을 명예퇴직 시킨 바 있다.

하지만 광주은행 올해 임원 1인당 평균연봉이 1억6천800만원으로 지난해 8천100만원에 비해 배이상 상승했다. 비록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직원들의 임금상승률도 30.6%로 타 금융기관의 24.3% 인상률 보다 무려 6.3%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경영상의 긴급한 이유’를 무색케 했다. 특히 은행측은 행장 관용차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6천만원을 호가하는 체어맨으로 교체하는 등 ‘도덕적 해이’마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집요하게 추진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당시 10명이었던 서무원들도 사측으로부터 끈질 긴 명퇴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문창수씨는 “7월3일 인사부장이 본점 부서에 근무하는 2명을 19층 휴게실로 불러 당신들은 명퇴 영순위다. 명퇴하지 않으면 노동강도가 세져 불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명퇴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또 “(인사부장이) 규정집을 찾아보니 1년 명령휴직에 본봉의 70%만 지급할 수 있고 명령휴직 2개월 조치 후에는 명퇴금 없이 강제퇴직 시킬 수도 있으니 잘 생각하라”고 했으며 “노동조합 역시 사측과 입장을 똑같이 하며 조합원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측, 7월 인사발령 후 5개월 동안 보직 없이 대기 계속>
<오는 22일 자동면직 처지…사실상 정리해고 ‘시간 벌기용’>
<임원 두배. 직원들 30% 임금올라...'긴급한 경영상이유' 무색 >


그래도 이들이 명퇴에 임하지 않자 사측은 이들 조합원들에게 명퇴권유서 작성을 유도하거나 전화와 음성메시지 등을 통해 명퇴를 종용했다. 결국 사측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1명의 조합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나머지 9명은 끝까지 명퇴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사측은 이들 9명을 7월16일자로 인사부 발령을 내고 이렇다 할 업무를 주지 않은 채 4층 제2연수실-전산 연수실-빈사무실로 옮겨다니게 하다가 10월부터는 17층 빈사무실에서 대기를 시키고 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출퇴근부’를 임의로 만들어 이들 조합원들게만 출퇴근시 날인하게 하고 있으며 용무가 있으면 반드시 허락을 받고 나갈 것을 요구하는 등 인권침해 시비마저 불거지고 있다.

광주은행 17층 ©김태성 기자


전례 없는 출퇴근부까지 만들어 출결 체크 인권시비 불거져
노동조합 무관심…20∼22년차 급여 대졸 4년차 임금과 비슷


그렇지만 사측의 명퇴요구 압력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됐다.
문씨는 “7월30일부터는 인사부장이 조합원들을 2∼3명씩 불러 은행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하반기 MOU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와 합의된 명퇴는 끝났지만 은행측에서 배려해 명퇴금을 줄 수 있으니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재차 다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사측은 11월10일 대기중인 9명의 서무원들에게 ‘정리해고 통지’라는 채찍과 ‘명퇴자 3년 계약직 보장’이라는 당근을 제시해 9명중 4명이 결국은 명퇴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리고 11월18일 명퇴를 하지 않은 5명에게는 정리해고예고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이 때문에 이들 사원 5명은 매일 초조감과 긴장감에 시달리며 불면증으로 인한 정신질환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가족들과 아이들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류재규씨는 “사측에서 가끔 면담을 요구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며 “매일 밤잠을 설치고 인간적인 모멸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는 정해선씨와 백혈병 골수암으로 2년동안 투병하다 최근 완쾌된 박상국씨도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병세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 조합원 중 4명은 입사 20∼22년차로 50대 안팎이며 최현규씨만 9년 차로 20대다. 20년 재직한 이들이 받는 연봉은 대졸 4∼5년차와 비슷하다. 특히 최씨의 경우는 고졸출신 일반직보다 더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그동안 상대적 박봉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켜왔던 것은 퇴직할 수 있고 가정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며 “아무리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자존심도 없는 것처럼 이렇게 무질러서야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해선씨도 “무조건 일도 안주고 막가파식으로 명퇴를 요구하는 것은 가정을 파괴하는 짓”이라며 “사측이 경영상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이는 사실에 맞지도 않으며 설사 사실이라도 경영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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