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엄마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론’
웃기는 엄마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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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텔레비전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릴 적 아빠의 코고는 소리사이로 숨죽여보던 주말의 명화 장면들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도 텔레비전을 포기하지 못해 두 가지를 같이 하는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자연스레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다보니 TV를 켜는 시간은 거의 없어지더군요. 저는 특히 시트콤을 무척 좋아했더랍니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엄마나 선우용녀씨의 캐릭터, 요사인 ‘달려라 울엄마’의 김영애씨 캐릭터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 엄마랍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좋은 엄마, 품위 있는 엄마하고는 영 거리가 멀지만 재미있고 신선하며 웃기고 자연스러워서 좋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전 항상 웃기는 코미디언입니다. 빨래를 널다가도 힘든 척 “어…이 빨래는 왜이리 무거운 거야. 도와줘요. 뽀빠이!”하면서. 정말 양말 한 짝이 천석 쌀가마라도 되는 냥 힘든 척 하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달려옵니다. 서로 돕겠다고 까치발을 하고 빨래 널기를 도와줍니다. 식탁에 숟가락 놓는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가끔 TV 화면에서 비라도 내리면 “어! 누가 쉬쌌낭?”합니다. 아이들은 그 소리만 듣고도 막 웃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궁딩이’ ‘똥꼬’ ‘쉬’ ‘응가’ ‘방귀’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이 말만해도 아이들이 얼마나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재미있어 하는지 모른답니다.

다 발가벗겨서 아이들을 목욕탕에 집어넣고는 “자 .누구 엉덩이가 예쁜지 보자. 엉덩이 콘테스트를 실시합니다.”하면 아이들은 “짱구의 엉덩이를 소개합니다”하며 운율을 넣어 노래부르며 한껏 엉덩이를 흔들어댑니다. 그 사이에 전 ‘똥침’을 날립니다. 아이들은 자지러지고. 나한테도 복수를 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그렇게 웃다가 한번씩 꼬옥 안아줍니다. 세상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그림책의 그림들을 보다가 복숭아라도 나올라치면 “궁딩이 궁딩이∼, 궁딩이 궁딩이∼”하며 노랫가락을 좀 실어 그림을 짚으면 아이들이 따라하면서 더 좋아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정신을 팔고 있을 때면 잠시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아이들을 부릅니다.

“엄마 도깨비감투 써서 안보인당.”
아이들은 이방 저방 엄마를 찾아 쏜살같이 뛰어다닙니다. 집이 좁아 금새 찾아내지만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어합니다. 그리곤 곧 자신들이 응용을 합니다. 엄마는 약간의 즐거운 꺼리를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가 자꾸 엉뚱한 말, 행동을 하는 편이라 우리 아이들도 제가 하는 식으로 저에게 웃을 꺼리를 고안해내 주기도 하고 농을 먼저 걸기도 합니다. 항상 의외의 반응을 보이므로 아이들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해야만 한답니다.

저는 아이들 다루기를 아주 편하게 생각하는 쪽이고 장소불문하고 아이들만 있으면 무엇인가를 끌어내어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능력 아닌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겐 쉽더라구요. 이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네요.

어젠 모임에서 남해의 보리암으로 나들이를 갔더랍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금세 친해지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어른들은 다 잠에 골아 떨어지는 데도 뒤쪽에 모여 앉은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살짝 들여다보니 벌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벌 놀이는 대충 보니 아이들이 여왕벌, 일벌, 수벌 등 자기역할을 스스로 정해서 하는 놀이더군요. 물론 저두 끼고싶었어요.

“어. 난 곰돌이 푸인데. 여긴 벌들이 많아서 꿀이 많겠당. 으흐흐흐”로 시작한 나와 아이들의 대화는 정말 끝이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마련입니다
어린아이가 당신을 향해 장난감 총을 쏘면 당신은 어떻게 합니까?
“멋진 총이구나”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까?
아이들은 결코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으악! 당했다” 하며 쓰러지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상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칭찬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하나되어 주는 것입니다
<내영혼의 비타민> 중에서

위에 글을 처음 봤을때 잠시 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바라 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하나가 되어주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은 그렇게 심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 중 한가지는 세상을 여유 롭게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유머감각을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머를 알고 즐기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유머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을 행복하게 합니다. 엄마의 아주 작은 배려가 있으면 됩니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 됩니다. “빨리 빨리” 재촉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 있게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보아주세요. 미소로 마주치는 아이들의 천사 같은 얼굴을 보세요. 아이의 눈망울에 비친 엄마의 모습. 웃고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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