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길을 떠나다
가을에 길을 떠나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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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 전나무 숲길

진부! 그곳에 가면 월정사가 있습니다. 대법당 앞마당이 발굴작업을 한다고 파헤쳐져서 좀 부산스럽지만 간밤에 내린 서리가 녹아서 법당 처마 끝에는 맑은 물방들이 아침 햇빛에 반짝이면 “똑똑똑” 떨어지는 것이 오래도록 눈앞에 아른거릴 것 같습니다.

월정사의 운치는 절 입구 찻집 장독대가 그 하나입니다. 이른 아침 햇살이 장독대를 둘러싼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비치면 그림엽서의 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두 번째는 그 유명하다는 월정사 전나무 숲입니다. 세월아 내월아 걷는 걸음으로 30여분 족히 산책을 할 수 있는 울창한 숲길입니다. 오른 켠으로는 고맙게도 제법 넓은 내도 흐릅니다.

매미가 단풍을 다 가져간 올 가을에도, 그래도 아름다운 가을 산책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으면서 코끝으로 진한 나무 향을 마셔보길 바랍니다.

#대문 굳게 닫힌 간월암

채 해가 뜨기도 전에 (그래야 안막히니까) 서해고속도로를 달려 서산 끝머리, 그러니까 천수만과 접해있는 간월도에 갔습니다. 어리굴젓과 굴 밥이 맛있다고 해서. 또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간월암이 유서가 깊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가다가 새까맣게 무리 지어 하늘을 나는 그 유명한 천수만 철새떼도 보고 좋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소름이 돋았습니다. 논바닥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철새떼가 장관이라기보다 좀 무섭기도 하고. 그 여름에 하루살이 때 모여서 윙윙거리는 거 생각도 나고.

아무튼 철새도래지를 지나 간월암에 도착했는데 대문이 잠겨있었습니다. 그 시골 나무 대문같은. 빗장이 걸린.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좀 기분이 안 좋기도 하고.
그 절의 신도들만 문을 두드리니 들여보내고 또 잠궈버리데요. 조선초 무학대사가 세운 절이라는데. 그냥 문전박대를. 아마도 오가다가 들리는 사람들 때문에 수행에 방해가 되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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