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운전사 '피곤하다' - 하루 18시간 격무
시내버스 운전사 '피곤하다' - 하루 18시간 격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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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 노선 183대에 비정규직 전담 투입/ 하루 18시간 격무에 임금은 대형의 60% / 피로도 높아 돌발상황땐 사고위험 노출/ 광주시, 업체들 적자타령에 무대책 일관// 광주시의 중형시내버스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고용불안, 저임금, '살인적 노동강도'에 휘둘리고 있는 비정규직 운전기사들이 차를 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시내에 인가된 83개 노선 933대의 버스 중 19.8%에 달하는 41개 노선 183대가 바로 중형버스이다. 일반 시내버스와 비교해 차량의 크기가 약간 작아 중형버스라고 부른다. 주로 오지노선을 중심으로 투입돼 있지만 2번, 8번 등 시내를 관통하는 노선에도 이들 중형버스가 배차되고 있다. 중형버스는 지난 98년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이사장 임승락)의 요구로 처음 도입돼 그동안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버스회사 사장들은 왜 중형버스를 요구했었을까. 당초 버스조합측이 중형버스 도입을 요구한 이유는 '오지노선 배차와 경영개선'때문이었다. 오지노선은 비수익 노선이므로 대형버스를 투입하는 것보다 중형버스를 투입하는 것이 경영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작 조합측이 중형버스를 선호하는 것은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에 가까운 임금으로 운전기사들을 고용할 수 있어 말그대로 '경영개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기간이 만료되면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로 부당해고 시비에서도 자유롭다. 이로인해 버스조합측은 일반버스 한 대당 인건비, 기름값 등을 포함해 36만원의 운행비용이 들던것이 중형버스를 도입하고부터는 대당 10만원 가량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비결은 당연히 임금이다. 문제는 중형버스 운전자들이 대형버스 운전기사들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점이다. 버스회사의 계산법에 따르면 대형버스 기사들은 1일2교대로 한달이면 26일(휴일 4일제외)의 임금을 주고 있다. 반면 중형버스 기사는 격일근무를 하기 때문에 15일치 임금(대형버스 기사의 통상임금 60%선)만 준다. 그러나 대형버스 기사들은 하루 8시간 근무(매월 200시간)를 하지만 중형버스 기사들은 새벽 5시30분부터 밤 12시20분까지 하루 18시간(매월 270시간) 일하기 때문에 실제 일한 시간을 따지면 중형버스 기사들이 대형버스 기사보다 매월 70시간을 더 운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중형버스 기사들은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고노동강도에 시달리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하루 2교대로 일하는 사람과 하루종일 일하고 다음날 쉬는 사람이 느끼는 피로도는 비교가 안돼요. 판단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죠. 전방에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화물차라면 급정차라도 하겠지만 승객을 태운 버스라 그럴 수도 없어요" 중형버스 운전기사의 이같은 토로는 결국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그러나 중형버스 운전기사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가입도 안돼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을 할수도 없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중형버스기사들이 버스를 떠나지 못하는데는 나름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근무평점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겠다는 회사측의 제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중형버스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들의 바람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대해 버스조합측은 "중형 운전기사들도 처음 계약할 때부터 급여나 근무조건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쾌감을 표시한다. 이어 "광주시내버스는 대부분 몇년째 적자인데다, 서울이나 인천, 대구처럼 시에서 차량 고급화나 비수익노선을 위해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며 "시민의 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회사를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얘기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광주시민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과 '살인적 노동강도'속에서도 '묵묵히' 버스를 운영하는 운전기사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한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물론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내버스 인가권을 쥐고 있는 광주시는 업체에 끌려다니며 '나몰라라식' 행정을 펴고 있다. 광주시는 그동안 업체의 고질적인 적자타령을 감수하며 중형버스를 인가해주면서도 중형버스기사의 근로조건을 대형버스와 맞출 것을 권장할 뿐 경영권을 간섭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 시내버스회사들이 엄청난 악조건을 무릅쓰고 오로지 희생정신으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중형버스기사의 살인적 노동력에도 엄살을 피우고 있는지는 정확한 경영평가<시민의 소리 3월16일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주문이 아니다. 시쳇말로 손해보는 장사가 어디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정말 손해를 본다면 보전하는게 마땅하다. 중형버스기사들은 "광주시가 관여를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안하려면 아예 손을 떼야한다"며 시 당국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중형버스정책은 광주시 버스행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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