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셨데…' 라는 말을 들으며
'돌아가셨데…' 라는 말을 들으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이다. 주변에서 심심찮게 부모님의 타계라는, 듣는 순간 가슴이 싸해지는 그런 말들을 듣는 것을 보면 말이다.

며칠 전 같이 일하는 선생님의 모친상에 다녀왔다. 아침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어나 출근 준비하라며 부산거리시더니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위로의 말이라고 “그래도 호상이에요. 어머님의 복이에요”라고 했지만 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다. 그리곤 부모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이젠 다른 이의 부모가 세상을 달리했다는 말에도 눈물이 날려고 한다. 남 일 같지 않다.

영안실에서 나오면서 죽음을 생각했다. 이별이 슬픈 것은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살아있으면 보게된다고 하는데, 그 희망이 위안이 되는데…. 죽음이라는 이별은 보고싶어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슬픈 것일까.

어차피 사람은 죽는 것이고 인명은 재천이라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보지만 남은 사람에게는, 옆에 있다가 홀연 사라져버린지라 그 뒷수습이 잘 되지 않아, 마음을 다스리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아주 오래 전인데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나를 끔찍하게 예뻐하셨던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다. 병풍 뒤에 주무시듯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 얼굴. 문지방을 너머 들려나오던 하얀 천으로 묶인 관. 서럽게 울던 엄마. 더운 여름 햇빛 아래 떠가던 꽃상여. 그 뒤를 따라가던 나. 고3때의 일이다.

하지만 죽음은 그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할아버지가 보고싶은데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때서야 죽음을 실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갔지만 할아버지와 연관된 것들이 보일 때면 아직도 난 할아버지가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