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맡았으니 흠집내면 안돼! - 오! 비엔날레
선배가 맡았으니 흠집내면 안돼! - 오! 비엔날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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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만 관리하면 된다?' 입살 오른 비엔날레/ 비문화예술인.비전문경영인... 언론인 김종남 사무총장 선임/ 김포천 이사장과 함께 '언론계 짝짓기'로 낙착/ 한때 '시민단체 짝짓기' 판 짜기도 고민// 지난 10일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사무총장 적임자 찾기는 제대로 되었나에 대한 반응도 분분하다. 이는 비엔날레 조직 내외부적으로 모두 반응이 엇갈린다. 이 또한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사무총장 임명과 맞물려 광주비엔날레는 언론인에게만 잘 보이면 성공하는 것인가, 속된 표현으로 기자에게만 미운 털 박히지 않으면 시민의 호응도 따 놓은 당상인가 보다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김종남씨(광주일보 휴직)가 사무총장 자리를 맡았다. 재단 이사장인 김포천씨는 광주MBC사장을 지냈다. 그래서 방송과 신문 경력자가 비엔날레 주요 포스트를 각각 차지했다는 데서 나온 우려의 소리다. 이에 대해 김이사장은 단호히 부인했다. 언론인 잔치라는 표현에 '당치도 않다'고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김이사장은 김사무총장 임명 하루 전날인 9일 비엔날레의 모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언론계에서 들어와 되겠느냐"고 의논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 내에서도 고민한 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은 각본대로 임명됐다. 그 각본에 대한 설도 구구하다. '전형적인 야합'이 가지각색으로 모양새를 드러낸다. 하나는 이미 살핀 언론계 짝짓기. 또 하나는 시민단체 짝짓기다. 그래서 항간에는 '비엔날레에는 사람이 구미(일본말 표현, set)로 들어온다'는 설도 나돌았다. 김이사장이 한달여 전부터 외친 사무총장 추천 후보는 10명선. 그로부터 임명 전날까지 3명으로 압축되고, 그 중에는 시민단체 경력자도 끼어 있었다. 그래서 시민단체 짝짓기라는 말이 나온다. 45차 이사회에서 이사로 선임된 김상윤 전 사무차장과의 짝짓기 설이다. 결국 언론계 짝짓기로 승부를 가렸다. 언론계 인사라 '보수계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로 최종 낙점됐다는 설도 있다. 그렇게 임명된 김사무총장. 11일 그가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확인되어 언론계 잔치에 대한 우려는 증폭된다. 사무총장 사령장을 받은 그는 이날 사무총장 첫 업무를 기자간담회로 시작했다. "30년간 기자생활 했다. 경영이나 관리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문화란 누구나 참여하면 된다. 그동안 비엔날레가 말 많고 잡음 많았던 걸로 안다. 불공평한 조직관리 속에서의 불협화음 때문일 것이다. 이를 없애려면 투명한 조직 운영, 그리고 윗분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시민은 물론 외국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누구나 참여하게 하려면 지역PR이 중요하다. 언론인들은 이런 역할을 잘 한다. 여론을 잘 살피고, 이를 수합하고, 또 눈치를 잘 보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경영 리더십보다는 언론PR 부분에서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본다." 그러면서 "언론인 선배가 맡았으니까 여러분도 같이 맡은 것이다"며 같이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비엔날레 본질에 흠집내는 기사는 삼가 달라는 주문도 했다. 특정 후배기자를 거명하며 "도와줄 말 없어요?"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등 스스로의 표현대로 언론계 선배로서, 사무총장 자리를 무난히 수행하기 위해 고질적인 언론계 풍토를 그대로 대변하면서 후배에게 답습을 요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비엔날레가 언론인한테 잘 보이기 위한 행사냐는 말도 나온다. 언론이 보도하는 그대로 비엔날레는 밖으로 알려진다. 언론의 입만 막으면 비엔날레는 성공한 것이라는 등식이 이번 사무총장 인선에서, 그리고 사무총장 취임의 변에서 입증되고 있다. 사무총장 공석의 긴 공백을 우려하는 기자들에게 김포천 이사장은 그동안 누차 사무총장 적임자 찾기 물색 중을 강조했다. 그 자격요건으로 지도력, 경영관리, 문화식견, 외국어 구사능력 등 4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어야 함을 내세우면서. 정작 기자들과 만난 김사무총장 자신은 지도력, 경영관리 모두 문외한이라고 밝혔다. 문화식견에 대한 질문에는 '30여 차례 해외 취재를 나갔다. 그때마다 박물관, 미술관에 들렀다. 루브르는 세 번이나 갔다'는 것이 대답의 전부였다. 3개월 넘게 공석이었던 사무총장. 현재 시점에서 적임자인가의 여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인선 단계의 투명한 합의과정에 대한 의문이 비엔날레 조직 안팎에서 제기된다. 비엔날레 행사야 죽을 쑤든, 밥을 하든 언론에만 좋게 비치면 된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사무총장 스스로 취임 간담회에서 누차 강조한 부분과 일치한다. 한편에선 3개월 공백 동안 비엔날레 사무행정이 대과없이 처리된 점을 들어 사무총장 무용론도 나온다. 과연 적임자를 찾았나에 대한 답은 앞으로 그의 행적에서 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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