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외출
위험한 외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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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람난 아줌마다. 둘째를 낳고 10kg이상이 찐 몸매에 자주 감지 않고 빗질도 없어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물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잔소리는 좀 심한 편이지만 어쨌든 난 바람났다. 결혼 생활 6년 만에 혹자는 남편이 마누라 바라보길 목석 대하는 듯 한다지만 우리 쪽은 좀더 심한 편이다. 울 남편은 마누라인 나를 투명인간 대하듯 한다.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에 투정을 넘어서 하소연도 해봤지만 자존심만 상할 뿐 돌아오는 건 여전히 납작한 뒤통수의 말없음이다. 물론 이럴 경우 자기 관리가 부족해서라며 스스로를 가꾸고 여가를 활용하여 자기 투자를 하란다. 말이 쉽다.

남의 집 아들네들 보다 한술 더 뜬다는 우리 두 딸들 때문에 나는 하루 24시간, 일년 12달 그 애들과 싸우느라 여가라는 것이 어떻게 생긴 건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무에 그리 속상해 짜증이고 무에 그리 심심하다고 온 집안을 쉴 사이 없이 장식해 놓고 무엇 때문에 사방팔방 부딪혀 울어대는지.

핑계라고? 글쎄. 여하튼 그래서 난 바람났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하냐고? 난 엊저녁에도 너무 멎진 젊은 남자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누구냐고? 이름을 들으면 알만 한 사람이기에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발설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살짝 귀뜸을 해준다면 손모라는 가수다.

푸하하. 그래 바로 엊저녁 꿈에서다. 평소 연예인을 좋아할 만한 나이는 지났기에 별 관심도 없이 가끔 쳐다보는 TV에서 본 모 그룹의 그 사나이가 왜 그리도 삼삼해 보이던지. 그냥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고. 그 사람이 날 아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꿈속일망정 마냥 수줍었던 나는 설령 그 놈이 내 사람이 아닐지언정 누군가에게 잊고 있던 가슴 설렘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 모모로 시작하는 우리 신랑을 포함하여 불특정 대다수가 이런 날 약간 맛이 간 여자처럼 볼 지도 모른다.

허나!
어느 박사 왈 결혼 후 2년 반이 지나면 관계를 지속하게 해 주었던 호르몬이 멈추어 이미 사랑은 식어버린다는 것. 허망한 이야기지만, 나 또한 노력을 하여 서로 아끼면 그 사랑이 어디 가냐 싶었지만 우리네 사는 것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직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서로에 대한 애정이 그러한 희생물이 되어버리면 아니 될 말이지만 생활을 이끌어나가고 돌봐줘야 할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연예시절의 그 달콤함은 무리지 않을까.

아직은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 우리 젊은 결혼생활의 벅찬 의무라면 남편에게서 날 아직까지 세상에서 하나뿐이며 제일인 여자 보듯 하길 바라는 것이 억지인 것 같다면 그래서 우울할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다면 가끔 이런 외도도 그리 나쁜 죄이지는 않을 성싶다. 그래 난 바람난 아줌마다.

하지만 항상 가정을 소중히 하기에 사랑을 갈구하는 한 사람인 나 자신을 가꾸고 돌보는 데 들이는 애정과 사랑을 우리 가정에게 쏟는 나이기에 가끔은 난 또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난 그 꿈의 대상이 바로 우리 남편이 되도록 남편에게 정성을 다하려 노력한다. 게다가 난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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