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체육관, 시민회관 '사기 판매장'
공공체육관, 시민회관 '사기 판매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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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구동 체육관, 시민회관 '땡처리' 판매장화/ 건전 체육시설을 대관료 몇푼에 장사꾼에 내줘/ 도시공사 "속았다" 뒤늦은 오리발, 시민만 피해/ "영리행사 안하면 세금만 늘어난다" 궁색한 답// 시민의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이 시민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땡처리'용 매장으로 전용되고 있다. 난방시설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 프로농구 연고지를 내준 염주체육관, 건전한 문화공간을 돈 몇푼에 장사꾼들에게 내준 시민회관과 구동체육관 등. 이들 모두 체육행사보다는 각종 상품판매 행사용으로 높은 대관료를 챙기려는 광주시의 얄팍한 잇속 행정의 전시물들이다. 포스터엔 '무료공연' 가서보면 '위장쇼' 지난 4월 초 각 가정에 공연 무료초대권이 무더기로 배포됐다. 7일과 8일 염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중국 국립 기예단 전국 순회공연', 9일과 10일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러시아 볼쏘이예술단 내한공연' 티켓이 그것. 그러나 공연을 보러 갔던 관객들이 실제 공연을 본 것은 당초 계획되었던 공연 시간의 절반도 안되는 30여분. 나머지 1시간 30여분은 중소기업의 제품 설명회와 신청 접수가 진행됐다. 이 공연들은 모두 (사)한국곡예협회가 주최하고 한국T&C, (주)바이오닉스, 보영 협찬이라고 광고됐으나 실제 행사는 주최와 협찬이 뒤바뀌어 있었다. 이처럼 광주시의 공공체육시설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무료공연'이 제품 판매를 위한 '위장쇼'로 밝혀져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공연들의 주 관객은 노년층이다. 지난 7일 염주실내체육관에 이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은 1회에 1천여명. 공연 주최측은 이를 이용, 제품에 대한 과대광고로 판매를 권장했다. 염주실내체육관에서 선보였던 보영메디칼 '적외선 치료기'의 경우 "이젠 병원 가지 않아도 된다 백가지 이상의 병을 나을 수 있다"며 "주위 사람 5명에게만 선전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시민회관에서 선보였던 'ANY-ZONE 공기정화기' 제조업체 (주)바이오닉스는 "이것이 원래 시중에 나가면 69만8천원짜리지만 이 공연장에서만큼은 29만8천원에 팔겠다"며 가격흥정을 하기도 했다. 이런 달콤한(?) 설명에 공연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질문 하나 없이 공연 전 나눠줬던 안내문 종이 뒷면에 성명, 주소, 전화번호를 써서 제출했다. 안내문 종이가 순간 신청서로 돌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옆 사람이 사니까 나도 사야겠다'는 군중 심리 때문에 신청서 제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아졌다. 회사 연락처도 없어 반품 쉽지않아 폐해 이렇게 판매된 제품은 반품 또한 쉽지 않다. 김모씨의 경우 "할머니께서 공연을 보러 가셨다가 사오신 기계를 필요없어 반품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담당자와 수차례 언쟁을 거듭하고서야 어렵게 반품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제품회사 연락처도 제대로 없어 지난해 이같은 공연을 대관해 줬던 염주실내체육관 측은 "연락처를 몰라 체육관으로 문의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회사와 연결시켜 반품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밝혔다. 체육행사 대관료의 4배 이윤급급 '사기'부추려 이번 경우와 같은 공공기관들 행정의 빈틈은 '영리 행사로 수입 올리기'로부터 비롯됐다. 광주광역시 도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염주동 종합체육관과 구동체육관. 이들은 광주시민들의 체육을 권장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국가지방자치단체, 대한체육회 등 체육행사 이외에도 직장단체나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비영리행사, 개인의 이익을 위한 콘서트, 공연 등 영리행사가 대관의 주를 이루고 있다. 체육행사는 대관료가 적기 때문에 그것으로 체육관을 운영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도시공사측의 입장이다. 지난해 체육관 대관 내역을 살펴보면 종합체육관의 경우 전체 대관 69건중 체육행사가 23건, 문화행사가 18건, 비영리 행사가 14건, 영리행사가 14건에 이른다. 그러나 체육행사에 비해 영리행사는 대관료가 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지난해 체육행사가 2천3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린 반면, 영리행사는 1억4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따라서 도시공사는 영리행사를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영리 행사를 해도 지난해 운영 적자였다. 그런데 영리 행사를 안할 경우 결국 시민들의 세금만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동체육관의 경우도 규모가 작아 시설 이용자 수는 적지만 이같은 논리로 운영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편, 시민회관의 경우 행사의 구분은 없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비영리행사가 영리행사로 바뀌는 상황에서도 대관료를 미리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돈 때문에 눈감아 주는 것은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시민회관 관계자는 "영리행사를 못하도록 각서도 받고 우리가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관계자들은 지난 9일부터 진행된 행사에서 제품 판매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저지시키지 못했다. "신청 계획서와 내용 달라" 이렇듯 '사기공연'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장소를 빌려주는 염주체육관이나 시민회관 등 공공기관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 관계자들은 "처음 신청계획서와 전혀 내용이 달라 우리도 속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염주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행사는 계약당시 제출된 계획서에 배삼용, 트위스트김, 지창수, 중국조선예술단, 품바 가수 등이 출연키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당일날 유일하게 공연을 했던 '중국 국립 기예단'조차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회관에서 열린 행사도 처음엔 '미용 세미나'로 계약되었던 것이 행사 며칠 전 '러시아 볼쑈이 예술단 내한공연'으로 바뀌었다. 이에 주최측은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행사를 진행했으나 행사장에서 안내문 등의 종이가 신청서로 바뀌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결국 공공기관들의 빈틈 보이는 행정으로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치닫자 염주실내체육관, 시민회관 관계자들 모두 뒷수습에 여념이 없다. 염주 체육관 관계자는 "우리까지 속이면서 이런 식으로 허위 광고를 하고 행사 내용을 바꾼 것은 용납이 안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행사는 아예 받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민회관 역시 "우리는 제품 판매라는 것을 알고 공연을 취소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당일날 아침까지 사정을 하길래 이번만 허락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시민제보로 취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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