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박시장의 언론플레이
도마에 오른 박시장의 언론플레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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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뇌물수수 시인 이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박광태 광주시장이 검찰출두 시기를 전후로 이 지역 언론사 보도책임자들을 잇달아 만나자, 여론무마를 위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박시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마치고 광주에 온 지난 24일 저녁 6시30분께부터 밤 10시까지 광주시 농성동의 '식도원'이라는 음식점에서 이 지역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을 초청해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식사자리를 가졌다.

박시장은 이 자리에서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돼서 죄송하다"면서 "3천만원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좀 있는데, 지금은 시기가 아니고 차후 조사가 있을 때 얘기할 생각이다. 앞으로 행정공백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식사회동은 박시장이 광주에 내려온 뒤 광주시청측에서 각 언론사에 편집보도국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장님이 긴히 할 얘기가 있어 모시고자 한다'고 초청했고, 이에 KBC와 전남일보를 제외한 이 지역 신문·방송사의 보도 및 편집국장 9명이 자리를 함께 하면서 이뤄졌다. 또한 이 자리에는 광주시청의 국장급 핵심간부 6명도 동석해 12년산 양주와 폭탄주가 돌았으며, 일부는 2차 술자리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 참석자는 "이날 저녁식사에 앞서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충분치 않아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참석했다"면서 "다른 편집보도국장들 역시 한 사람의 기자로서 주요 현안의 핵심인물인 박시장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라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이날 저녁식사에 앞서 박시장은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사전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은 없기로' 얘기된 덕분(?)에 자신의 사과문 발표만 하는 것으로 끝낸 바 있다.

여론무마에 열올리는 박광태 시장
"시민 우롱행위" 열 받는 시민들


그러나 이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날 저녁식사자리에서 국장들의 궁금증은 속시원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한 참석자는 "박시장이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한데다, 당시 분위기가 매우 가라 앉아 있어서 국장들로부터 특별한 질문이 나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시장은 또 이에 앞서 검찰출두를 사흘 앞둔 지난 19일에도 이 지역 일부 편집·보도국장들과 골프모임에 이어 이들의 저녁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시장은 당시 자리에서 검찰조사에 대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박시장의 잇따른 언론사 간부들에 대한 만남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24일 이후 박시장에 사퇴를 요구한 바 있는 시민단체측에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서정훈 사무처장은 28일 "박시장이 시민을 상대로 의도적 거짓말을 하고 그 와중에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는 모습들은 결국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이 모든 것을 통틀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민협 등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29일 오전 9시30분 광주YMCA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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