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신드롬…직장·대학·인터넷 동호회 '어디서나'
재신임 신드롬…직장·대학·인터넷 동호회 '어디서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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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재신임하는 판에 우리도 합시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둘러싸고 연일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가운데 각 직장과 대학,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도 직장 상사나 모음의 대표 자질을 따지며 재신임에 부치자는 제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반 기업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폭탄선언 이후 사내에서도 조직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상사에 대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직장은 달라도 재신임 대상은 비슷하다. 업무 능력은 떨어지면서 권위주의적이고 윗사람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상사들이 바로 그 주인공.

그런가 하면 박광태 시장의 검찰 소환 건을 두고도 재신임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구청장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 시민들은 "기껏 뽑아줬더니 광주 망신 시키고 대표 역할 제대로 못한다"며 대통령과 함께 지자체장들도 재신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재신임 정국'에 가장 민감한 공직사회에서는 재신임을 입에 올리는 자체를 꺼릴 정도로 귀찮은 골치거리 정도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만큼 재신임의 대상으로 전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국가대표 축구감독 코엘류다. 베트남에 이어 오만과의 경기까지 완패하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코엘류 감독의 자질에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점점 코엘류보다 축구협회 수뇌부로 비판이 옮겨지고 있다. 조중연, 김진국 등 코엘류 사단에게 무성의한 지원을 아까지 않던 축협 관계자들을 재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면, 노대통령처럼 먼저 재신임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는 "12월 15일을 전후로 학과 학생 투표로 재신임을 묻겠다"며 "이는 어떠한 조건도 없는 순수한 재신임 투표로서, 재신임을 얻을 시 향후 졸업생 관리와 동문회를 조직할 것이며 불신임하면 졸업식에 즈음한 내년 2월 15일쯤 즉각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신임 논란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무능력'이 대상 1순위…네티즌 "코엘류·축협 재신임" 바람
'애플데이' 때 재신임 위기를 재치있게 넘기는 가정 많아


자신 스스로 재신임을 묻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재의 책들을 모두 꺼내놓고 벽에 걸린 졸업사진을 내려놓고 욕망의 지식과 독선의 사진을 가려내 보자"는 한 네티즌은 "여기까지 걸어온 것은 짐승가죽으로 만든 구두 때문이 아니라 인간다운 생명력 때문임을 재확인해보자"고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생활의 모체인 가정은 어수선한 재신임 정국에서도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지난 24일 '애플데이' 덕분. 학교 폭력 문제를 비롯해 왕따, 가정폭력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사랑으로 풀어보고자 정한 애플데이는 사과를 나눠먹으면서 서로 간에 정을 쌓는 날.
이를 이벤트로 만들어 사과박스 선물하기 사연공모를 했던 신세계백화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200여건에 달하는 '사과의 글'이 올라왔다. 재밌는 것은 재신임의 위기에 놓인 가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너그럽게 용서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

남편의 실직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무능력함을 원망했다는 한 주부는 재신임 대신 사과를 선물했다. 그는 2년만의 노력 끝에 공인중개사 합격 소식과 함께 "직장에서 일한 27년동안 수고 많았다"는 말을 사과로 대신하기도 했다.
또, 두달동안 된장국만 끓여줘 재신임 받을 위기에 처한 주부는 남편에게 사과와 사골국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재치를 보여 이 사회의 훈훈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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