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의원 연수
술에 취한 의원 연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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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일부의원 연수가서 '술판'>
<법인카드로 술값 270만원 결재>
<의회, 의회 집행부 '은폐의혹'>
<지역민 "분명히 책임 묻겠다">


기초의회 의원연수를 갔던 화순군의회 일부 의원들이 의회법인카드로 수백만원어치 술을 먹고, 말썽이 일자 뒤늦게 이를 채워 넣은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같은 일부 의원들의 행태는 최근 자치단체 의회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비롯해 각종 관광성 연수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과 함께 주민혈세를 유용했다는 지역민들의 따가운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의원들간의 '동료봐주기'와 의회 집행부의 '묵인'으로 사안 자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군수의 부재 상태에서 행정공백에 따른 집행부와 의회의 총체적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술판, '2차'로 얼룩진 의원연수

전남 화순군의회(의장 문팔갑)가 여름 연수를 떠난 것은 지난 8월. 화순의회는 의원연수 민간전문기관인 현대지방의정연구원에 위탁해 지난 8월20일부터 2박3일간 경주와 울릉도에서 '2003의원 및 관계공무원 특별연수'를 가졌다.

당시 연수에는 전체 14명 가운데 12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의원 1인당 참가비는 49만원. 모든 공식 일정과 숙소 등은 의정연구원측이 마련했다. 당초 연수내용은 '지방분권화와 지방의정의 핵심과제, 지방 예산안, 조례심사 등'으로 잡혀 있었다.

문제는 경주에서 가진 연수 첫날 공식 일정을 마친 뒤 발생했다. 의정연구원측에 따르면 이날 일정은 강사진의 강의로 오후 내내 빼곡했으며 저녁 7시30분께 마무리됐다. 이후 저녁식사와 휴식시간으로 의원들 개별시간을 가진 뒤 숙소인 웰리치조선호텔(특1급)에서 묵기로 돼 있었다.

저녁 식사와 회식을 마치고 모두들 숙소로 돌아간 자정 무렵, 정모의원(43.북면)과 조모의원(39.동면), 박모의원(41.도암면) 등 세 의원은 따로 숙소 맞은편 한 술집에서 양주를 마셨다. 이에 앞서 박의원은 연수에 동행한 의회사무과 직원에게 의장이 사용하는 카드를 달라고 했고, 이 카드로 이 자리 술값을 결재 한 것. 당시 결재금액은 270만원이었다.

이같은 내용들은 주변 의원들 외에 당시 술자리에 참가한 세 의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당사자들은 술 먹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카드가 의회법인카드인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카드로 결재한 박의원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당시 의장님의 개인카드를 달라고 한 것인데 직원이 의장님이 쓰는 법인카드를 달라는 줄 알
고 그걸 준 모양이었다"고 말했다.

의장의 개인카드이건 법인카드이건 의정연수에 갔다가 '남의 돈'으로 수백만원대의 술을 마신 것과 함께, 이들의 도덕불감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신 뒤 함께 숙소 맞은 편 호텔로 속칭 '2차'까지 간 것.

조의원은 '2차'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남자들이 술 한잔 먹고 그럴 수 있지 않느냐. 기자님이나 우리나 다 상상으로 아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원도 "개인적 문제인데 그것까지 말해야 하냐"면서도 "당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까 우리 숙소가 아니더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밀은 없다

이들은 연수에서 돌아온 뒤 입단속에 들어갔다. 또한 이 사실을 안 일부 의원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동료의식'이 발동했고, 외부로 확산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입은 막아도 의회 회계장부에는 '술값 270만원'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 또한 안팎으로 소문이 새면서 말썽이 일것으로 보이자, 이들은 결국 지난 9월 셋이서 똑같이 나눠 이 돈을 채워 넣었다. 결국 의회의 회계장부에는 이같은 카드 사용내역이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여기에는 의사과 집행부측의 묵인도 한 몫했다. 의사과 관계자는 "의회 소속직원으로서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카드사에서 발행하는 사용요금 결제청구서에 대해서도 "보관할 의무가 없어 버렸다"고 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본인들의 증언을 포함한 사실확인이 된 마당에 의회 집행부측의 버티기는 '은폐 공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의회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선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화순 농민회 노종진 사무국장은 "그동안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어 지켜보고만 있었다"면서 "군민들이 예산감시하라고 의회에 보냈더니 세금 가지고 그럴 수는 없는 일"라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본인들의 입으로 확인된 이상 의원으로서 자질이 없는 것으로 보고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기자가 찾아간 화순군의회 의장실 벽에는 '화순군의회 윤리강령'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다. "주권자인 군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받는 의원상 정립과 지역사회발전 및 군민복리증진에 헌실 할 것을 다짐"하는 이 윤리강령에는 △군민의 대표자로서 인격함양 △의원 품위손상행위 금지 △청렴생활 솔선수범 등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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