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예가 생활 스포츠로-국궁
전통 무예가 생활 스포츠로-국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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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이상의 속력을 내며 달리는 고속도로 가에 널따란 활터가 활기를 띠고 있다. 북구 운암동에 위치한 '무등정'. 이곳에선 오후 4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1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쏘기에 여념이 없었다.
"화살이 공중에 뜨는 순간의 황홀한 느낌, 그리고 과녁에 적중할 때의 소리가 주는 통쾌함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몰라요. 생활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죠." 그 맛은 흡사 골프공이 그린을 향해 날아갈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는 국궁이 최근 생활 스포츠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지금까지 국궁이라면 중·장년이나 노인층이 찾는 원로 스포츠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이나 여성, 주부들로 동호인들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인기 대중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다. 광주도 무등정 외에 남구 사직공원, 광산구 송정리 등 국궁을 즐길 활터가 세 곳 있다.


화살이 과녁에 적중할 때의 통쾌함…국궁만의 묘미

"사대에 서서 화살을 당기고 놓는 과정에서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신체 구석 구석까지 안쓰이는 근육이 없을 정도다". 서서 활만 당기는데 어떻게 운동이 될까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운동효과는 예상 밖이다.
땀을 흘릴 만큼 격렬하지는 않지만 곧은 자세로 활시위를 당기려면 다리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과녁을 겨누는 궁사를 등 뒤에서 밀어 봐도 절대 밀리지 않을 정도.

손끝 지압 효과 뿐만 아니라 호흡을 가다듬고 조준하는 순간에는 절로 단전호흡까지 된다.
게다가 활을 쏘다보면 정신수양도 된다. 과녁을 향해 바라보는 순간 만큼은 경건해지기 때문. "꼭 맞춰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맞아. 마음을 비우고 정석대로만 하면 들어맞는 것이 활쏘기지!" 호흡을 가다듬는 것은 곧 마음을 바로 잡는 것과 통한다는 게 궁사들의 일언이다.


노인층에서 젊은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궁
전신운동·정신수양…배우기 쉬운 전통 무예


모든 활터에는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는 네글자가 적힌 석판이 있다. 활을 배울 때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행동함에 있어서도 예(禮)를 갖추고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옛날과 달리 국궁은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활터에서 입회비와 한달에 2-3만원의 회비만 내면 날씨·시간에 관계없이 이용 가능한 것이 또 하나의 장점. 사범에게 활쏘기를 배운 후 화살 5개 모두 145m 떨어진 과녘에 맞추면 '사원'에서 '접장'으로 승격, 모든 회원들의 축하 잔치가 이뤄지는 것이 국궁의 전통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한달에 10차례 이상의 대회가 열리고 있어 궁사들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사진/김태성 기자(hancut@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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