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권영화제 ‘팡파르’
광주인권영화제 ‘팡파르’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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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전투병 추가파병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전투병 파병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국익을 위한 파병론’에서 ‘부도덕한 전쟁’이라는 입장에 이르기까지 그 논리도 제 각각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라크 민중의 생존과 인권의 문제는 늘 관심권 밖에 밀려나 있다. 인권의 문제도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53년 전 이 땅을 ‘흑사병’처럼 휩쓸었던 한국전쟁의 상흔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세계사적인 관점과 보편성이 결여된 인권은 그래서 ‘절름발이’ 일 수밖에 없다.

광주인권운동센터가 주관하는 광주인권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제국의 그늘, 인권의 그늘’을 주제로 북구 향토문화회관 2층 공연장에서 계속된다.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북구 향토문화 회관 계속
‘제국의 그늘, 인권의 그늘’ 주제…4개 섹션 상영


올해로 여덟 번째 맞는 이번 영화제는 한국전쟁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세기가 인류사회에 남겨놓은 ‘광기와 야수적 폭력’의 세계사적 기억을 전쟁이라는 창을 통해 집단적으로 확인하고자하는 노력을 담았다. 왜냐하면 21세기에도 여전히 ‘제국의 전염병’은 ‘흑사병’을 퍼뜨림으로써 자질구레하게 목숨 줄을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동자 농민 장애인 장기수 양심적 병역기피자 탈북자 도시빈민 기지촌여성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인권의 그늘’에도 촉수를 들이대고 한국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인권탄압의 실태를 고발한다.

광주인권영화제의 진행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주제를 정해 각각 섹션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째날인 29일에는 젊은 감독들의 문제작을 상영하는 ‘젊은 시선’편이, 둘째날인 30일에는 미국의 새계지배 전략과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고발하는 ‘제국의 그늘’편을, 세 번째날인 31일에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인권문제를 돌아보는 ‘인권의 그늘’ 그리고 마지막날인 11월 1일에는 광주에서 직접 제작된 영상을 상영하는 ‘광주의 얼굴’편이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된 ‘미친시간’(이마리오 감독·2003년·80분·다큐)과 ‘송환’(김동원·2003년·158분·다큐)은 ‘제국의 그늘, 인권의 그늘’이라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미친시간’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끔찍한 기억과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을 천착하며 현재까지 유전되는 고통의 실상을 생존자들의 삶과 증언으로 복기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 파병’이 결국은 ‘미친시간’으로의 역사적 퇴행임을 자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폐막작 ‘송환’은 남파 공작원으로 체포돼 30년 동안 0.75평의 감옥에 살면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출소한 비전향 장기수의 삶의 궤적을 보여줌으로써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우리사회의 척도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와 함께 최근 간첩혐의로 구속 수감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삶을 담은 ‘경계도시’(홍형숙·2002년·79분·다큐), 1980년 광주항쟁의 진실을 알리고자 분신자살 한 노동열사 김종태의 꿈을 그린 ‘김종태의 꿈’(김성환·2002년·59분·다큐), 2003년 멕시코 칸쿤에 울려 퍼진 반 WTO 함성 ‘Km 0, 2003년 WTO투쟁’(스튜디오 아이스크림·2003·22분16초·다큐), 미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을 다룬 ‘볼링 포 콜럼바인’(마이클 무어·2002·120분·다큐) 등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화제작들이다.

이밖에도 사진작가 박하선이 위험을 무릅쓰고 담아온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생생한 슬라이드 쇼와 애니메이션 특별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광주인권영화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치러지며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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