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통∼’하였느냐”
“진실로 ‘통∼’하였느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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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인데도 극장 안은 술렁이는 사람들로 그득했다. 모두 그들이 진실로 ‘통∼하였는지’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최근에 가장 뜨고 있는 영화 ‘스캔들’을 보기 위해 어렵사리 시간을 낸 건 딱 하나의 이유였다. 어떤 이는 좋았다 하고 어떤 이는 실망이라는 그 영화의 ‘본색’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춘화첩을 넘기며 시작한 오프닝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의 공식 그대로 관객의 구미를 확 당기는 것이었다. 영화 초반, 언제나 정숙하고 말끔한 배우 배용준이 기녀와 정사를 나누며 보일 듯 말 듯 허벅지를 드러내자 주변 뭇 여인들의 신음 같은 탄식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조선 최고의 정절녀 숙부인을 무너뜨리면 네가 갖고 싶은 걸 다 주겠노라고 약속하는 요부 조씨 부인과 그녀의 사촌동생 바람둥이 조원. 그들은 결국 삼각관계에 얽혀 질투와 배신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진실인 척 하다보니 어느새 진실이었고 나도 모르게 진실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조원의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남녀간 애정의 역사란 실로 질곡의 그것인가 보다.

사랑의 마음이야 어디 19세기와 21세기가 다를 게 있으랴만. 그래서 과거의 연인이나 현대의 남녀나 모두 그렇고 그런 비슷한 역사로 사랑을 이루고 사랑에 아파한다지만 그래도 영화는 너무나 진부한 남녀 애정 구도와 뻔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충분히 실망스러울 만큼 빤한 사랑 이야기는 단지 조선시대라는 외피만을 둘러쓴 채 새로운 것인 ‘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멜로란 너도 하고 나도 해 봤던 보편적인 연애 얘기 속에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또 다른 발견을 줄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것과 빤한 코스의 사랑이야기는 본질부터 다른 게 아닐까?

그러나 이 빤한 사랑이야기에도 흥행코드는 분명 있었다. 그건 바로 그 동안 한번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깨끗한 남자’ 배용준, <겨울연가>의 슬픈 눈빛의 준상이가 숱한 여배우들과 ‘통하고 또 통한다는 것’ 이다. 배용준의 바람기 어린 눈빛과 색기 어린 몸짓 하나 하나에 숱한 여자관객들이 흔들리고 또 흔들렸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스캔들’은 진정 ‘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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