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밀리고 경쟁력에 밀리고…
싼값에 밀리고 경쟁력에 밀리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느 해에 비해 활기를 띤 광주김치대축제. 개막일부터 연일 행사장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 축제는 얼핏 보기에 '성공'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될 성 싶다.
관람객들 또한 "예전보다 볼거리도 늘고 구성도 짜임새 있어 축제 보러 다니는 데 훨씬 편리하고 좋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매미 등 계속된 재해로 어두웠던 농수산물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나 이런 열기도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가라앉아 예전처럼 냉랭한 분위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가가 내려갈 줄 몰라 국산과 수입산의 구별보다는 싼 것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주부들의 심리다"는 것이 상인들의 울분 섞인 호소.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하듯 지난 17일 열린 '김치학술세미나'에선 지난 2001년 중국산 김치수입이 393톤(19만5천달러)이었던 것에 비해 2002년 1,042톤(46만8천달러)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전년에 비해 무려 9배가 늘어난 9,317.6톤(392만달러)이 수입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활기 띤 김치대축제의 어두운 이면..."축제 끝나면 똑같다"

이는 농수산물 개방 문이 활짝 열린 탓만은 아니다. 국내 업체들 간에 김치 유통업이 체계화되지 못하면서 라면·스프제조 등 인스턴트 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이 값싼 수입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김치산업 관계자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직접 판매하는 것만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다"며 "다양한 업체와 유통 협력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김치 수출 홍보를 위해 일본에서 작은 김치축제를 열고 있다. 게다가 기무치와 김치의 '원조' 논란이 매듭 지어지면서 이같은 분위기를 업고 한국산 김치의 일본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1년엔 2만2,200톤이 수출된 데 이어 2002년 2만7,097톤, 2003년 상반기 1만4,770톤이 수출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일본내에서도 중국산 김치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김치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상인들은 "국내에서부터 안정적인 체계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치업체 관계자는 "관심있게 주변을 살펴보면 단체급식업체조차도 중국산 김치를 수입하는 곳이 있다"며 "이런 생활의 일부분부터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 김치를 보호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헐값에 들이미는 중국산 김치…국내업체들마저 '국산' 외면

"종주국 간판 믿고 '맛'만 강조하기 보다 위생적 생산체계 등 기술로 승부"
또, 대량화에 앞서 한국산 김치는 "위생적이고 깨끗하다는 이미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한국산·일본산·중국산·미국산 김치에 대해 오염상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산과 일본사에는 대장균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반면, 중국산과 미국산에서는 각각 ㎖당 1만8,000마리와 1만마리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김치업체들은 김치축제 기간에 단순히 한국을 김치의 종주국으로 알리기보다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장점들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위생적인 김치제조공정을 약속하는 것이다. 김치축제에서 김치 전시 뿐만 아니라 한국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도 강조해야 외국 바이어들의 입맛을 돋굴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밑그림조차 그리기 힘든 상황. 이에 현재 남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김치종합센터'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까지 남구 임암동에 완공될 이 센터는 김치의 전통 이미지 살리기 뿐만 아니라 수출전략상품으로 집중육성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동안 예산의 부담 때문에 광주시와 여러차례 미뤘던 이 사업은 지난 3월 남구 사업으로 확정, 지난 15일 개발계획 심의까지 거친 상태다.

"종주국 '맛' 강조하기 보단 위생적 생산체계 등 기술로 승부"

아직 성공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김치업체들은 이 센터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구사업으로 진행되면서 특정 업체에 혜택 주기 식으로 흐른다면 김치산업 발전은 희망 없다"고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센터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공무원식 사고가 아니라 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작은 장사를 하더라도 처음부터 이익 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나 시에서 하는 사업도 이익보다는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더 주력해야 할 것이다." 평생을 김치 생산에 바쳤다는 한 김치업체 관계자의 뼈있는 조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