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혁, 시민의 힘으로(하) - "먼저 시민을 믿으라"
행정개혁, 시민의 힘으로(하) - "먼저 시민을 믿으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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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에 공무원이 아닌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로 "위원회"가 있다.

2003년 7월 기준으로 광주시에는 91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총 1,518명의 위원들의 70%에 해당하는 1,071명이 민간인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꽤 고무적인 수치이다. 그러나 정작 광주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다수 시민의 입장에서 '광주만들기'를 실천해 갈 위원회는 아직 없다. 법령 때문에 설치된 '위원회' 만 있을 뿐.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를 대폭 수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새로 부임한 기획예산위원회. 기획예산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 공기업 구조조정 등과 같은 응급수술을 거쳐 정부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그 결과 외환위기 극복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공공부문개혁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관심은 '정부 민영화', '개방형 임용제', '목표관리제' 등과 같은 커다란 정책문제 보다는 교통, 교육, 위생 등과 같은 시민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민생문제들에 더 있었다.

그 후 1999년 봄, 정부는 수술의 방식을 바꾸었다. 시민단체 실무자 대표들로 구성된 <시민제안심의회>를 구성하여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시민대표로 구성된 <시민제안심의회>는 '여권만료예고제', '초등학교 주5일 수업제', '소형승용차 평가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 운영개선', '유전자조작식품 표기제'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개혁과제로 도출하여 기획예산처에 개혁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 요구들은 대부분 정부개혁 정책과제로 채택되어 관련제도를 즉시 개혁하도록 하였다.

'여권만료 예고제'를 통해 시민들의 불편이 해소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원래는 여권의 허가 기간(대개 5년)이 경과되면, 4만5천원을 다시 납부하고 여권을 재발급 받도록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여권의 허가기간이 언제 만료되는지 알지 못해 4만5천원의 여권재발급 비용과 여권신청 후 발급시까지 3일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참아야 했다.

국민의정부 '시민제안심의회'의 교훈
시민편익과 예산 절약 위해
시민의 행정참여 길 열려야


<시민제안심의회>는 이와같은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방안으로서 여권만료 8개월 전에 기초자치단체에서 미리 여권만료대상자에게 만료예정사실을 통지해줌으로써 단돈 4천원으로 즉석에서 여권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권만료예고제를 가장 처음으로 실시한 노원구청의 경우, 예고제 도입이후 1년 동안 4억원의 부당한 시민부담이 줄어들었다. 현재 여권만료예고제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시민참여를 통해 시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국가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시민제안심의회>가 성공적인 시민참여시스템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부가 <시민제안심의회>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민제안심의회>가 제안한 개혁정책 대부분을 기획예산처는 행정개혁과제로 채택하였다. <시민제안심의회>는 의결기구도 심의기구도 아닌, 자문위원회에 불과했지만 정부개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정부와 시민단체간 형성된 '신뢰'때문이었다.
최근에 우리지역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 언론 등이 함께 참여하여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기조의 하나인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지역혁신협의회"는 우리 고장 광주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중대한 정책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시민참여시스템'을 만들려다 보니, 정부와 시민측 간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생각의 차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수의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공무원 자신들이 아니면 우리나라가 망할 것처럼 생각하는 근거 없는 엘리트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잇다. 시민들을 과소평가하지 말기를 바란다.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시민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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