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도 이것보단 잘 하겠다?
미꾸라지도 이것보단 잘 하겠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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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에 쓸모 없이 많은 게 세가지 있다. 대학, 신문사, NGO" 그러나 이들이 숫자만큼 지역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진 않다는 것이 연합대학 구축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실무추진위원회 김훈호 순천대 기획처장의 생각. 이 발언은 "대학이 연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2-30년 후엔 통합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통합 하자고 이야기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연합체계부터 나가는 것"이란 견해로 이어져 연합대학 구축은 실제 통합을 위한 수순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지방대학 위기라고 말하지만 연합대학의 중심축을 이룰 전남대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9일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교수는 20여명. 전남대 김현태 기획처장은 "그 동안 학과장 회의, 교수 회의 등에서 이미 많은 의견을 나눴기 때문이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연합대학에 대한 구성원들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같은 저조한 참여 속에 매주 한 번 꼴로 회의를 진행하며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실무단이 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 김훈호 처장은 "미꾸라지 10마리는 세워도 교수 10명은 똑바로 세울 수 없다"며 "교수들이 모두 똑똑해 하는 말마다 금과옥조여서 대화 자체가 안된다"고 의견 수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대학 총장들은 2천, 5천억원 등 예산을 통크게 잡으라고 하나 교육부에선 고작 150억원만 확보됐다"며 내부에서조차 실속있는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고 있음을 역설했다. 김훈호 처장은 "남들이 우리 계획을 보면 허무맹랑하다고 하지만 우린 희망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구성원들이 연합대학의 문제점은 왜 이야기 하지 않냐고 묻지만 기대효과만 강조해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문제점까지 이야기 해 줄 순 없다"며 연합대학 논의가 결코 순탄치 않음을 설명했다. 따라서 연합대학 체제 논의를 둘러싸고 예산 확보를 위한 구실 마련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2-3년전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이같은 연합체계 논의를 하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훈호 처장은 "경북대가 예산만 따고 그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결국 예산 따기 위한 구실이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우린 절대 예산 때문에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확정된 것 없는 밑그림 그리기부터 이처럼 삐그덕 거리니 연합대학이 제 색깔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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