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민중 '전략적 선택' 있을 것”-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
“호남민중 '전략적 선택' 있을 것”-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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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현대사 고비마다 기관차역…사회발전 기여하는 선택 할 것">


<“박상천 대표는 ‘정치를 무슨 화풀이 쯤으로 생각하나>
<책임총리제 언급…한나라당에 총리직 주란 말이냐 >
<정책연합·연합공천 거부 야당에 어부지리 주는 꼴">


“요즘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정치를 무슨 ‘화풀이’ 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9일 <시민의 소리>와 인터뷰를 통해 “박 대표가 ‘책임총리제’를 자꾸 언급하는데 이는 한나라당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가진 총리직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 밉고 싫더라도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또 민주당이 정책연합과 연합공천을 거부하는 것과 관련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고 정색하고 주장하거나 반박할 얘기도 아닌데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고 내각제 개헌을 하더라도 내버려두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평화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해 한나라당의 전횡을 저지할 수 있었는데도 ‘밥그릇 싸움’에 치우쳐 분열함으로써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신당 중 시대정신을 바르게 반영하고 있는 한쪽에 지지를 집중하는 이른바 ‘전략적 선택’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과 관련해서도 “대통령 스스로 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 강경파가 ‘나가라’고 등을 떠민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무당적을 유지할지 어떤 정당을 선택할 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이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 통합신당 참여 총선출마 희망자들이 현역 지구당위원장들의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 총선 출마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통합신당의 창당 목적 자체가 우리 정치의 오랜 폐습인 보스정치를 극복하고 상향식 정치, 국민참여 정치,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를 해보자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 통합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지구당 위원장들은 기본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대 국민서약을 하고 새로운 정치혁명에 나선 분들이다. 이런 원칙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나 때로 불협화음도 있겠지만 결국은 국민 앞에 약속한 원칙을 지켜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 개혁국민정당 등 당 밖 신당추진세력들이 국민통합형 지도부 구성을 요구하며 통합신당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당 밖의 신당추진세력들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응답하겠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정치세력이 하나로 합치는데 왜 조정하고 조율할 일이 없겠는가. 그러나 큰 대의를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서로 가슴을 열고 대화하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다만, 이 문제로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참여를 저울질한다’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분들 역시 우리 통합신당과 같은 뜻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 온 분들이다. 신혼초기에는 원래 부부싸움도 하고 그러는 법 아닌가. 그렇다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식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장 약간의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스타일의 차이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 어제 정치개혁 토론회에서 상향식 공천방식에 대한 열띤 공방이 벌어진 걸로 알고 있다. 통합신당이 고민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의 모델과 로드맵을 밝힌다면.
▲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당내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13일 정책 워크샵에서 충분히 토론하기로 한 만큼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전에 개인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함께 하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먼저 당내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바른 순서인 것 같다.

- 최근 박상천 대표는 책임형 총리제를 매개로 한나라당, 자민련과 공조를 통한 개헌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 민주당에 있는 모든 분들이 박상천 대표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요즘 박상천 대표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정치를 무슨 ‘화풀이’ 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박 대표가 말하는 ‘책임총리제’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한나라당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가진 총리직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 밉고 싫더라도 어떻게 민주당의 대표가 한나라당에 실권 총리자리를 넘겨주자는 주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문제도 그렇고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다. 정책은 뒷전이고 주로 감정이 앞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

- 민주당에 연합공천과 정책공조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명백히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 과연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재 결집은 가능한가. 또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전망하는가.
▲ 연합공천이나 정책공조 문제도 그렇다. 이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고 정색하고 주장하거나 반박할 얘기도 아니다.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 다수와 지지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공조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안 하겠다니 그럼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되고, 나아가 내각제개헌을 하더라도 내버려두자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평화개혁세력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분당 이전에 민주당이 평화개혁세력을 결집하는 중심에 서야한다는 주장이 당내 합의를 거의 이룬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부 기득권 인사들이 이를 막무가내로 저지했다. 상향식 공천에서 공천권 확보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정치개혁도 물 건너가고, 한나라당 압승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억지를 부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약간 개선만 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은 아프고 쓰라리더라도 올바른 정치개혁을 이루고 한나라당도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명실상부한 정치개혁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민들이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국민들이 민주당과 통합신당 가운데 시대정신을 바르게 반영하고 있는 한쪽에 지지를 집중하는 이른바 ‘전략적 선택’을 하는 방법만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현명한 유권자들은 반드시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평화개혁세력의 대연합을 추진하는 세력이 기득권세력을 피해 새로운 진지로 대이동을 한 셈이다.

- 늦었지만 민주당 탈당에 대한 변이 있다면.
▲ 이점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우리 역사발전을 이끌어온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결국 일부 구주류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해주는 것 말고는 어떤 합의도 이룰 수 없는 ‘야만적인’ 상황이었다. 거기에 굴복하면 지난 대선에서 많은 국민들이 염원했던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전진시켜 내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정신을 앞장서 실천해온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의 자랑스러운 명예를 한꺼번에 훼손하고, 민주당을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정치, 낡은 정당으로 추락시키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저, 김근태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 민주당 분당 이후 광주·전남지역에서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지지율 제고 방안은 있나.
▲ 한마디로 ‘안타까움’과 ‘아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평화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해 한나라당의 전횡을 저지할 수 있었는데도 소수 기득권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분열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는 정치상황이 조성된 데 대한 실망과 아쉬움이 클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노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정치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도 믿었던 정치인들이 ‘밥그릇싸움’을 하느라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러니 실망감이 오죽 크겠는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호남민중들이 ‘무당파’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광주·전남의 유권자들을 굳게 믿는다. 호남민중들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최소한 20년 이상 뒤쳐져 있을 것이다. 호남민중은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우리 사회의 전진을 이끌어온 기관차였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일정기간 무 당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통령이 스스로 민주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잔류 민주당의 강경세력이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 버린 것이다.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야할 책임이 있는 여당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어떤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적극 방조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이런 수모와 공격을 감행하고도 대통령의 탈당에 ‘배신’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노 대통령의 민주당적 이탈과 대통령제 하에서 무 당적 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무당적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닌가의 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 여러 정당 가운데 어떤 당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 역시 전적으로 대통령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우리 통합신당은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관계없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고 지원할 것이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끝나고 통합신당이 창당되기 전까지는 노 대통령이 당적을 갖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 현재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민심이 최악이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수행에 점수를 준다면.
▲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 민심의 지지가 아주 낮은 것은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또 많은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작년 민주당 대통령경선 당시 호남 민중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척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호남 민중들을 속박해온 ‘지역주의’의 망령을 해결할 적임자로 노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줌으로써 튼튼한 신뢰를 표시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호남의 민중들의 이 같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일정 정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대해 특검제를 수용한 것은 호남민중들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맨 앞에 나서서 특검수용을 반대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나름대로 큰 목표를 성취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남에 대한 적극적 진출의 필요성을 수 차례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호남 민중들이 보기에 상당히 서운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본심은 아니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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