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큰 선물! 우리 아이
내겐 너무 큰 선물! 우리 아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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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편지를 보니 북구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화합잔치가 열릴 예정이란다. 어린이집 언니, 오빠들이 사물놀이의 무용으로 식전행사에 출연할 것이니 시간을 내 참여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큰애가 어린이집을 안가는 날 아침나절이면 나름대로 꽤나 게으름을 피우곤 하던 터라 은근 슬쩍 떠본다.

“현지, 오늘 어린이집 안가는 날이지? 태봉한마당 보러 용봉초등학교 안 갈래? 안 갈래?”

내심 “아니”라는 대답이길 바랐지만 여태 오늘을 기다렸다는 눈치다. 어쩔 수 없다 싶었다. 꾸물럭 꾸물럭 애를 씻기곤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 약을 먹이고 올 추석 때 쌍둥이 마냥 둘이 똑같이 산 옷을 입힌다. 그 모습에 약간은 뿌듯해 미소 한번 띄워 보고 작은 아이 손을 잡고 그리 멀지 않은 용봉초교로 향했다.

학교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두 애들 모두 한껏 들뜬 듯 했다. 이미 무대 위에는 태봉 어린이집 아이들이 의상을 차려입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지역방송에서 가끔 보곤했던 사회자가 열심히 그날 행사내용을 알리고 있었다. 커다란 소리 때문에 앞쪽의 스피커를 피해 자리를 잡을라 치니 벌써 시작이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왠 눈물?

‘나도 이제 엄마가 돼 가는구나’를 느끼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다른 엄마들도 그렇겠지만
괜한, 하찮은 조그마한 일에도
그만 감동하고 만다


둘째를 낳을 날짜가 다가오자 산후 조리도 혼자해야 될 상황인데다 첫째가 남의 집 아이보다 활동량이 많고 호기심이 가득했던지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세 살치곤 키뿐만 아니라 성장이 빨랐던 아이였기에 가슴 한켠에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근처 가까운 어린이집은 다 방문해 분위기 살펴보고 결정한 어린이집이었다.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칭얼거리는 큰애 긴 하지만 처음으로 어린이집에서 일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하는 발표회 때는 정말이지 이 엄마 눈에 자랑스러운 눈물자국을 남겨주었던 것이다.

그 어린이집에서 나이도 제일 어릴 뿐 아니라 들어간 지 한달만에 열린 행사였기에 준비기간도 제일 짧았을 텐데 피곤하다는 내색 한번 없이 몇 번의 감기몸살까지 치러가면서 재롱잔치를 해낸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뿐만 아니라 주위에 알고 지내는 어른들도 모두 “현지가 제일 잘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이 자자했던 건 둘째 치더라도 막이 오르자 입이 함지막하게 커지던 그 모습에 난 눈물을 흘렸었다.

너무나 내겐 예쁜 선물이구나! 우리 아이. 그리고 그 때 처음 느꼈었다. 내가 정말 엄마인 게로구나. 다른 엄마들도 그렇겠지만 지금까지도 그 때를 떠올리면 슬그머니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다. 잠시 전 침대에 누워 칭얼거리던 큰 아일 심하게 혼내준 뒤다. 다시 가서 꼭 껴안아 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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