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학습 “시키는 대로 해”
자율학습 “시키는 대로 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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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교, 10월부터 희망자만 자율학습 실시

사회 많은 부분들이 생산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으나, 유독 교육만큼은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 자유롭게 사고하며 꿈을 키워가고 싶은 학생들,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현실은 이들에게 자율학습 굴레를 씌우고 그 안에서 맴돌게 하고 있다.
가끔은 도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차리고 보면 다시 그 자리. 교장단이 내놓은 자율학습 방침 개션 또한 올바른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보다는 교사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강제가 싫은 학생들 "드디어 타율학습에서 해방?"

9월 마지막주 토요일, 광주시내 고등학교에선 '학부모 통신문'이 발송됐다. 주내용은 10월 1일부터 희망자에 한해서만 자율학습을 실시하겠다는 통보다.

학생들 입장에선 해방된 기분이다. 그동안 싫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밤 늦은 시각까지 무조건 학교에 앉아 있어야 했던 이들에겐 자율학습이란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이며 대신 '타율학습'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불만이 가득 곪아 있던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벌어졌다. 금호고등학교 2학년생 100여명이 '타율학습' 반대를 주장하며 학교에서 집단 이탈한 것.

일요일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율학습을 시행하고 있는 금호고는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학생들에게 휴식을 되돌려주고 있다. 하지만 10월 1일 전국 모의고사를 앞둔 금호고는 학생들을 일찍 보낼 수 없다는 판단에 마지막주임에도 불구하고 토, 일요일 모두 자율학습을 시행키로 결정한 것.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시간마저 막히게 된 학생들의 불만은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학교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두세시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지만 이후에도 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들을 털어놓으며,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자율학습 폐지를 주장했다.
때문에 '희망자에 한한다'는 교장단의 방침은 학생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것이었다.

사교육비 부담 느낀 학부모들 "자율학습 해야한다"

반면, 학부모들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통보다. 통신문이 발송된 후 각 학교 교무실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많은 학부모들이 '희망자'라는 조건을 자율학습 폐지와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강제성을 띠지 않고 아이들을 풀어주면 이는 '대학 포기'와도 같다"고 주장했다. 또, 공교육이 학생들을 책임지지 않을 경우 학부모 입장에선 사교육비 걱정부터 앞선다.

학부모들은 학교 홈페이지에도 수많은 글을 올려 "학교 방과 후 아이들이 갈 곳도 없는데 PC방이나 카페에서 놀기 밖에 더합니까. 이건 청소년 문제까지 야기시키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자라도 더 보기 위해선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죠"라고 어려움을 밝히며 학교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오히려 "자율학습비를 더 얹어줄테니 제발 학교에 잡아두라"며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학부모 의견도 있었다.

학부모 손 들어준 학교들 "학생정원 모두 희망자들"

이처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학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학교 대부분이 학부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모든 고등학교들이 통신문에 밝힌 대로 희망자들만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부 고등학교를 제외하곤 대부분 예전과 다름없이 전교생이 자율학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대동고 사례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통신문을 보내 여론수렴을 했던 대동고는 당초 희망자가 많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부모의 의견을 묻지 않았던 것. 이에 대동고는 학생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통신문을 등기로 재발송,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자율학습 희망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학교의 경우도 학생들보다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자율학습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들의 대부분은 자율학습 '희망'이다. 결국 학생들은 여전히 밤 12시까지 묶이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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