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탄'에 빠진 광주경제
'도탄'에 빠진 광주경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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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황은 30년 장사이래 처음이다. 정말 못살겠다", "대기업 저단가 납품에 대출감소까지, 너무너무 힘들다". 도탄에 빠진 채 "못 살겠다"는 시민들의 신음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젊은 대통령이 잘 할 줄 알았는데, 무장 빚쟁이만 늘고 있다"며 '빈익빈 부익부'를 들며 정권을 향한 원망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불황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내외 장기 경기침체에 카드남발에 빠른 개인부채 증가, 지역 산업기반 낙후, 농촌 경제 파탄 등으로 올해 광주경제는 1997년 이후 IMF 때보다도 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시민들은 "IMF는 국가부도라 광주지역은 그나마 덜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개인부도여서 소비가 줄어들어 더더욱 힘들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유통부문은 지역경제 불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못 살겠다"고 한숨만 짓고 있다. 대형 유통점 관계자들도 "당초 예상했던 목표액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매출 목표를 낮게 책정했다고 한다.

양동시장에서 20년 넘게 수건장사를 해온 나모(59)씨는 "하루 한 장도 못 팔 때가 많다. 올해 같은 해는 처음"이라며 "겨우 가계세를 유지하는 정도다. 진짜 힘들다"며 올해 들어 부쩍 줄어든 매출을 전했다.

나 씨는 "양동시장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매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라며 "이제 골목장사는 죽을 수밖에 없다"며 유통변화와 불황의 이중 고통을 들었다. 재래시장에서는 "10분의1일 매출 '뚝', 사람이 없다, 죽겠다"는 어려움을 들을 수 있다.

'죽 쑤는' 제조·유통업 한숨 소리 뿐
"내 평생 30년 장사에 이런 적은 처음"
"젊은 대통령 돼서 잘 할 줄 알았는데"
"무장 빚쟁이는 늘고 있는 놈만 행세"


대형유통점도 장사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S 유통점 한 책임자는 "말로만 듣던 광주지역 경제를 실질적으로 체감을 하고 보니 정말 답답하다"며 "타 지역에 비해 광주지역 매출 감소폭이 5∼10%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임자는 처음 맞는 광주지역경제 불황의 원인으로 △산업 기반 취약 △농촌경제 몰락 △개인소비심리 위축 △카드 사용억제에 따른 소비금융 위축 등을 들었다.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 하청기업이 들어선 있는 하남공단은 "대기업 납품 단가 하양조정에 인력운용, 매출 감소 등"으로 공장 가동율과 조업율이 줄어들고 있으나 '어렵다'는 내막을 공개적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하남 산단 한 관계자는 "특정기업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면 당장 은행에서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등 자금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며 "어려워도 안으로 삭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이후 아파트 붐으로 광주경제의 큰 축을 형성해왔던 건설경기도 행정기관 발주 관급공사를 제외하고는 민간부문 건설경기는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대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3년 이내에 외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광주지역 건설의 쇠퇴기에 따른 활로를 설명했다.

이처럼 "광주경제가 무장 나빠지고 있다"는 하소연속에 서민경제는 늘어나는 교육비용과 각종 공과금, 물가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도 당장 희망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70대 한 양동시장 상인은 이를 빗대 "세상이 살기 어려울수록 무장 느는 것은 빚쟁이, 강도. 사기꾼, 자살 등"이라며 "있는 놈만 행세하는 세상"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나 불황의 늪에 빠진 광주경제를 당장 살려낼 뚜렷한 방도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 광산업 등 각종 첨단산업 유치, 대기업 및 해외자본유치, 일자리 마련 등으로 타개책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구조화된 지역경제 파탄은 장기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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