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류 싫지만 신당파도 아직…”
“구주류 싫지만 신당파도 아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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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당파가 탈당해 결국 ‘딴 살림’을 차렸다. 민주당 신당파는 19일 탈당에 앞서 새 원내교섭단체 명칭을 ‘국민참여통합신당’(이하 통합신당)으로 결정하고 김근태 의원을 원내 대표로 선출했다. 이로써 지난해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 발전적 해체 선언’으로 촉발됐던 신당논의가 9개월 간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파경’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통합신당은 20일 민주당 탈당의원 39명과 한나라당 탈당파 5명 등 44명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신접살림’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정치권도 민주당 분당을 계기로 급속하게 ‘이합집산’의 회오리 속에 빨려들면서 한바탕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정치권은 한나라당-민주당-통합신당-자민련의 ‘신 4당체제’로 재편되고 각 정치세력들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서바이벌 전쟁’의 신호탄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호남지역의 민심은 ‘민주당 분당’이라는 정치지형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흡사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다만 그 ‘고요’가 언제, 누구를 향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점과 향후 이 지역의 정치적 선택이 ‘정국의 풍향계’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폭발력은 가히 ‘메가톤급’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지역민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속에 있다. 지역민들이 쉽사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 그렇다고 어느 특정 세력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여 민주당과 통합신당을 부유하는 지역정치인들은 이래저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구 주류도 싫지만 신당파도 마뜩찮다. 신당파는 이름만 바꾼, 무늬만 개혁세력이다.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인사가 없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의 이 같은 토로는 최근 신당정국을 바라보면서 남모르게 ‘속앓이’를 해왔던, 그러면서도 섣불리 ‘호·불호’를 연호 할 수 없었던 지역민심의 일단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분당…광주·전남지역 민심 남몰래 ‘속앓이’
“신당 무늬만 개혁…지역민 개혁성 발휘 기회 없다”
“내년 총선 민주-신당 자웅 속 개혁후보 선전 가능성”
“신당창당 평화개혁 세력 분열 역사적 심판 받을 것”


물론 구 주류의 행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추호도 지역민들의 ‘개혁성’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개혁성’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은 정치권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일종의 항변인 셈.

“결국 내년 총선은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의미심장한 무소속 후보가 출마한다면 무소속 돌풍이 거세게 일어날 지도 모른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을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자웅을 겨룰 것으로 보면서도 보다 개혁적인 무소속 후보나 시민후보가 나선 다면 ‘호각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냐 신당이냐’ 하는 외피가 당락의 주요변수가 아니라 ‘개혁성’이 선거의 주요 선택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또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가 지난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사회 정치개혁 1천인 선언’에 불참하면서 신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여년 동안 시민·재야 단체에서 ‘민주후보’라고 파견했던 국회의원들이 일신의 영달만을 꾀했을 뿐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과 시민사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에서란다.

이 때문인지 이 관계자는 그간 선거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보여준 ‘민주후보’에 대한 지지호소를 ‘양치기 소년’의 그것에 비유하면서 시민들이 더 이상 시민단체를 믿지 않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물론 그 같은 ‘양치기 소년’의 행위에 대해 광주·전남 지역민 역시 선택의 관점에서 ‘공범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일견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복합적 요인이 ‘통합신당’에 대한 적극적인 연대나 지지운동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신당’에 대한 ‘개혁성’과 ‘진정성’을 현재로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당의 전략부재를 꼬집는 의견도 제기됐다.
시민단체의 다른 관계자는 “신당에 대중들이 없다. 이를 호남지역에서는 새로운 고립으로 사고한다”며 “앞으로 호남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민주당 분열로 형성된 ‘신 4당체제’에서 90년 ‘3당합당’의 악몽을 떠올린다”며 “민주당의 분열을 민주평화세력의 중대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당적이탈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과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정당에 총리지명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또 “강운태와 정동채의 차이가 뭐냐”고 묻고 “박상천과 천용택이 갈라서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른바 정치철학과 이념적 차이가 별다르지 않는데도 단지 ‘노무현’을 기준으로 당을 달리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이냐는 반문인 셈이다. 다만 구태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문제는 인위적인 청산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유권자에게 맡겨두면 해결될수 있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당 위기는 ‘지역당’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 자신의 정책실패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호도하기 위해 전국정당 운운하며 민주당을 분당으로 몰아간 것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당만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정치개혁이 되거나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민주당 분열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하고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광주·전남지역은 20여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해왔던 ‘민주당’과 내 손으로 만든 대통령 ‘노무현’사이에서 ‘개혁성’과 ‘진정성’을 잣대로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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