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이유 있는 항변’
호남 민심 ‘이유 있는 항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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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광주·전남지역의 민심이 사납다 못해 냉담하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7개월 여만에 돌부처처럼 돌아앉은 민심이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쉽사리 돌아않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3·16 광주경선’과 같은 해 ‘12·19 선택’에서 보여준 ‘이상열기’에 견주어 볼 때 흡사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에 따라 ‘노무현 학습효과’를 추진동력으로 부패 정치인 청산과 강력한 개혁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적 열망은 어느새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부추기는 ‘정치적 냉소’의 주범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대선 승리 직후만 해도 민주당은 ‘발전적 당 해체’의 배수진을 치고 ‘낡은 정치와의 전쟁선포’에 나서 한동안 정치개혁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당 개혁안’과 ‘신당론’을 둘러싼 신-구주류간 힘겨루기가 ‘당권 장악’을 위한 추악한 정쟁으로 변질되면서 정치개혁을 위한 실험은 9개월여 허송세월 끝에 결국 파경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에 따라 국민통합과 민주당 정권재창출의 열망을 담아 전략적 투표를 했던 광주·전남지역으로선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당선이 극적이었던 만큼 거기서 오는 실망과 좌절의 크기가 남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적극 후원자서 대북 특검 수용 이후 삐끗
95% 표심 낡은 정치심판·수구세력 저지 민심 담겨
민주당 신·구주류 끝내 파경…지역민심 향배 주목


이에 앞서 호남지역은 ‘3·16 경선’에서 유효투표 1,572표의 가운데 595표(37.9%)를 몰아주며 ‘노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고 ‘12·19 선택’ 당시에는 광주 95.2%, 전남 93.4%, 전북 91.6%로 15대 대선에서 DJ가 얻은 득표율에 버금가는 ‘지지표’를 모아 줘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광주·전남지역의 민심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
집권초기 광주·전남지역은 지역 기득권 세력과 언론이 ‘호남소외론’을 들먹이며 참여정부에 ‘뭇매’를 던질 때만 해도 ‘좀 더 기다려 보자’며 노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와 신뢰를 보냈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수용하고 ‘방미 저자세 외교’를 통해 ‘햇볕정책’을 폄하하는 등 일정정도 선긋기를 시도하자 지역 민심이 급속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거론되는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이 특검수사를 통해 난도질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배신자’라는 단어가 새겨진 것이다.

그것은 DJ가 이 지역과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애증의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한에서 여전히 현실적 함의를 지닌다. 차라리 내가 회초리를 들지언정 남들이 물고늘어지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다는 정서의 일단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비판의 대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검증된 정책임에 오죽하겠는가.

따라서 광주·전남지역의 참여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을 단순히 ‘구정치 세력의 여론조작’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유 있는 항변’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른 민심 읽기’다.

이와 함께 대선 승리 이후 개혁성향 국회의원들의 개혁의지에 후한 점수를 줬던 지역민심이 최근의 ‘통합신당’에 시큰둥한 것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지난 대선에서 모아진 95%의 표심 만큼이나 복잡다단하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노무현 승리’와 ‘민주당 승리’라는 ‘대립물’이 아닌 ‘낡은 정치심판’과 ‘수구세력 집권저지’라는 ‘통일물’로 파악한다면 신당에 대한 지역민심의 ‘속내’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내년 17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의 민심이 어떤 정치세력을 향해 미소를 지을지는 전적으로 정치권의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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