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따라 "어디로 갈까"
민심 따라 "어디로 갈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명의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 가운데 신당 합류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의원은 세 명. 정동채 의원(광주 서구), 김태홍 의원(광주 북을), 천용택(강진, 완도) 등이다. 정치인으로서 내년 총선출마를 앞두고 정치생명을 건 결정에 많은 고민들이 있겠지만, "지역민심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미루는 이들과의 차별성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잔류파와 관망파의 구분자체가 모호한 데다 신당창당이 현실화된 마당에, 민심을 이유로 정치적 결정을 미루는 것은 결국 '정치개혁이라는 과제보다는 차기 선거 당선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면키 어려운 탓이다.

여기서 정치인들의 오락가락행보가 극명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는 '위기상황'에서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연말 대선과정이 그렇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당시 후보를 흔들다가 정작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되자, "난 원래 노무현 지지했다"고 변명했던 일부 의원들의 모습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 당시 후보 단일화가 되기 전 '정후보 지지'자로 분류되던 김경천 의원은 "나는 절대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둘 중 누군가는 단일화 후보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후단협 활동에 전념했을 뿐이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후보단일화의 명분이 '민심이 한나라당에 이길 후보에 있다'였는데, 이번 분당사태에서도 통합신당모임이나 잔류파의 명분은 여전히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였다.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과 정치개혁을 등치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분란으로 신당일정이 뒤틀린데다 추석 민심을 접한 뒤에는 "지역 민심이 민주당 사수에 있더라"고 근거를 바꿔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의 큰틀에서 보면 기존 지역구도의 연장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광주지역에선 통합모임에 김상현(광주북갑), 강운태(광주남), 전갑길 의원(광주광산)이 참여해왔고, 김경천(광주동) 의원은 일찌감치 민주당 사수를 강한 어조로 외쳐왔다.

광주전남 19명 의원중 3명 신당행
동교동계 '백의종군론'으로 단결
"민심 따르겠다"며 뒷짐지기도


전남지역은 친노(親盧) 내지는 신당파로 분류되던 이들이 관망파로 남아 있다가 잔류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이가 이낙연(함평,영광), 김효석(담양,곡성,장성), 이정일 의원(해남,진도). 이낙연 의원은 노대통령의 당선자시절 대변인을 지내며 신주류 핵심 인사로 꼽혔지만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고, 당초 신당파로 분류되던 김효석 의원이나 이정일 의원은 추석 이후 통합모임에 참가하며 관망하고 있다.

이밖에 박주선(보성,화순), 정철기 의원(광양,구례) 등도 사실상 물 건너 간 통합모임에 참가해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민심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

구주류의 정점에 있는 이들로는 박상천 의원(고흥)이 있고, 이밖에 한화갑(무안,신안), 김옥두(장흥,영암), 김충조(여수), 김경재(순천), 김홍일(목포), 배기운 의원(나주) 등 동교동계 13인은 19일 '백의종군론'을 앞세우며 민주당 사수 목소리를 높였다.

분당사태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5월 인적청산 논란과 일부 호남출신 중도파의원들의 '호남소외론'제기 등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 논란 직전인 지난 5월16일 민주당은 신주류 주도로 50명의 현역의원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신당창당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지역에서는 김상현, 김효석, 김태홍, 배기운, 이정일, 정동채, 천용택 의원이 참석했다.

당시 김경재, 이낙연의원은 위임장을 대신 제출했는데, 내용은 "본인은 개인적 사정으로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신당추진모임이 결성되고 그 방향과 절차가 정해지면 향후 이에 따라 활동할 것을 다짐합니다"였다. 물론 이들은 당시에도 '신당창당'과 '분당반대'를 동시에 주장했었다. 하지만 결국 분당반대에 표를 던진 셈이다.

정치인들의 오락가락행보에 대한 변명으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란 말이 있다. 끊임없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건 정치의 속성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이 자신의 재선에만 맞춰져 있는 것과 정치개혁을 걸고 내던지는 것은 다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