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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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세가족 민주당 파경질주>
< 세가족은 한지붕서 자유로워야>


‘한 지붕 세 가족’의 민주당이 ‘파경’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신당논의로 ‘분탕질’을 해대다 스스로 화해할 수 없는 경계를 넘어 선 것이다. 결국 6개월의 ‘이전투구’ 끝에 남은 것은 ‘만신창이’의 상처뿐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이 계속된 싸움이 금새 제동장치 풀린 기차처럼 ‘공멸의 무덤’을 향해 무한 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연일 TV를 통해 민주당의 볼썽 사나운 ‘진흙탕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들의 가슴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누가 봐도 추악한 정쟁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깃발이 어느 순간 무대 전면에서 슬그머니 내려지더니 이내 용도폐기 됐다. 개혁의 명분도 삼류극장의 빛 바랜 포스터처럼 벌써부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 더 이상 ‘더러운 꼴’보기 싫으니 하루라도 빨리 갈라서라는 야유도 들린다.

하지만 다수의 지역민들은 입을 봉한 채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가타부타‘일언반구’도 없다. 다만 잔뜩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가끔씩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는 것으로 그만이다. 현재 광주·전남지역이 처한 딜레마의 한 단면이다. 지역의 기저에 흐르는 이 같은 ‘뒤틀린 심사’는 결국 신진 정치세력의 조바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아무리 ‘북과 장구’를 치며 새로운 난장을 만들려고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것이다. 이는 구정치 세력들이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며 유유자적 연자방아를 돌릴 수 있는 근거다. ‘진보와 개혁’에 대한 지위가 ‘상수’에서 ‘변수’로, 급기야 ‘허수’로 판명되기까지는 그리 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6개월 동안의 신당논의가 비록 소모적인 정쟁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 20년 이상 ‘민주화 세력’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민주당에 대한, 정확히 말하자면 지역정치인들의 실체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이 지역은 아직까지도 깊은 침묵의 수렁 속에 빠져 안타까운 가슴앓이로 일관할 뿐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왜 민주당에 비판의 회초리를 들지 않는가. 구정치의 대명사인 지역정치인들을 선택한 지역 유권자들은 그들에게 왜 물러나라 요구하지 않는가. 입만열면 민주화의 성지를 들먹이는 이 지역이 ‘진보와 개혁’의 새 둥지를 틀려는 신진 정치세력들을 굳이 외면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하지만 모든 답은 이미 그 질문 속에 담겨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의 동거는 그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 벌써 해소됐어야 마땅하다. 기득권을 교묘하게 위장한 채 서로를 속이는 동거는 불륜이다. ‘세 가족’은 이제 ‘한 지붕’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자기색깔과 이념에 맞는 가족들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겸허하게 심판을 받으면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선택뿐이다. 내년 총선에서 웃는 자가 이번 신당논의의 최종 승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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