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영화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협박하다!
광주영화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협박하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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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국제영화제ⓒ김태성 기자 공장의 검은 굴뚝에 산천이 병들고, 쇳내 나는 기계소리에 온 몸이 저리고, 네온 빛 골목길에 마음이 어지럽더니, 삶이 뒤틀리고 그 설움이 복받쳐서 오늘날 문화예술이 비비꼬였다. 현대문명이 빚어낼 저주스런 재앙을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다. “사람만이 희망이 아니라, 사람이 바로 저주이다.” 인간의 모든 것이 불길하다. 종교나 공동체에서 위로를 찾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도 결국은 ‘언 발에 오줌누기’로 보인다. 인류는 이렇게 갈 때까지 가다가 끝내 폭삭 주저앉을 모양이다. 희망의 싹이 좀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지구를 지켜라]에서 장준환 감독은 여지없이 지구를 폭파시켜버린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자학적 예감은 의미 있다. 기존의 모든 것을 해체하고 나서야 희망의 싹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서양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자학이 지나치고 대안이 없으며, 서민에게 위선적이고 위압적이어서 자기 모순에 빠져 있다. 그게 이 땅에 건너오면서 뒤틀리고 꼬이고, 서양문화 사대주의로 지적 허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모더니즘이 이미 그랬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이 그랬고,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들이 그랬다. 예전에는 즈그들끼리 지적 현학으로만 그렇더니, 요즘은 아예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이벤트를 만들어 일반사람들까지 ‘무식의 마당’ 안으로 끌어들여 놀린다. 광주 비엔날레의 현대미술이 그렇더니, 이번에는 광주영화제까지 요상한 영화를 들고 와 “시네필 부활하라!”고 외치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고 협박하며 우릴 주눅 준다. 어줍잖은 '시네필'들서 느끼는 서양문화의 사대주의적 지적허영과문화적 충돌………………먹물고문의 질식에서 벗어날 길은 ▲ ⓒ김태성 기자
나는 그 ‘씨네필’들에게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소화불량과 서양문화의 사대주의적 허영을 느낀다. 그런 영화를 보고, 다가오는 문화적 충돌로 어리둥절해 하면서 “x도 모르겠네, 도대체 이게 뭐야!”는 솔직함이 없다.

주눅이 들어선 지, 우선 고개부터 끄덕이고 위기를 모면해 보자는 건지, 아는 체해서 폼 잡아보자는 건지, 남들 똥 씹는 심정을 즐기는 건지, 어떤 열등감을 커버하려는 작전인지, …. 그런 영화를 보고, “이 장면이 어째서 이러하고 저 장면이 어째서 저러하며, 이렇게 볼 때 이런 점이 있고 저렇게 볼 때 저런 점이 있다”는 진지함이 없다. 모르겠으면 공부를 하고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 공부할 책이나 강의는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암호뿐이다.
고통스런 가시밭길이요, 지루하고 지루한 ‘다람쥐 쳇바퀴’이다.

그러니 씨네필이 많이 있을 리 없고 모아질 리도 없다. 소화불량과 지적 허영에 뒤틀린 매니아의 담배 연기만 자욱하다. 부활하라니! 부활할 건덕지가 있어야 일어서든지 자빠지든지 할 게 아닌가! 그 잘난 즈그들끼리 노는 마스터베이션이다.

“시대에 외롭고 이해 받지 못하는 예술갚라고 위로하든 말든, 그건 즈그들 맴이다. 현대미술로 죽을 쑤는 광주 비엔날레의 수렁을 또 하나 파고 있다. 광주는 하는 일마다 이러니, 한숨만 절로 나온다. 광주는 왜 그럴까?

광주영화제에 기대하는 바는 별로 없지만, 영화를 즐기다 보니 절로 눈길이 가고, 혹시나 가슴 벅찬 영화가 숨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제1회 제2회에서 보고 또 보았던 그런 영화였다.

[오타르가 떠난 후]가 그나마 조금 좋았다. 누가 그렇게 빗자루로 싹싹 쓸어 모아오는지는 모르지만, 즈그들끼리 마스터베이션하면서 닦아 놓은 길바닥에서 마구잡이로 쓸어와 “아나! 예술 처먹어라!”며 내던져주는 모양새가 기분 나쁘다. 서양의 눈으로 보면 예술성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그걸 예술로 소화하기에 앞서서 체질이 달라 배탈이 먼저 난다.

예술적 감흥은 배탈나고 재미는 하나도 없다. 이런 걸 “작품성이 있다”며 예술이라는 이름을 걸고 은근하게 강요하고 협박한다. 그게 먹물로 부어대는 물고문인지라 숨이 컥컥 막힌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먹물고문의 질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영주[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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