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티켓다방 성 매매 온상”
“유흥주점·티켓다방 성 매매 온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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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매매 밀집지역 여성 종사원 256명 면접조사

성 매매 업소 여성의 대부분이 유흥주점과 티켓다방을 통해 유입됐다가 성 매매를 강요당한 뒤 사창가로 인신매매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술을 따르고 차를 배달하는 것으로 알고 일을 시작했다가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게 된 것.

특히 이들 여성들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선불금’을 지급 받고 인신매매 문서나 다름없는 ‘차용증’을 써준 뒤 공동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구금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광주여성의 전화’가 지난 6월부터 2개월 동안 광주시 동구와 서구, 광산구 등 성 매매 업소 밀집지역 여성 종사원 256명을 대상으로 ‘성 매매 실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면접조사 결과 성 매매 종사자들의 연령은 25세에서 29세까지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4세(73명) ▲30∼34세(60명) 등의 순으로 20대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을 출신지별로 분류한 결과 서울(19) 인천(8) 광주(14) 대구(19) 부산(27) 울산(4) 대전(7) 경기(21) 충남(17) 충북(8) 강원(12) 경남(22) 경북(10) 전남(45) 전북(17) 제주(3) 등 전국 각 지역이 골고루 분포돼 있어 성 매매가 단순히 한 두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임을 보여줬다.

단순 취업했다가 성 매매 강요 뒤 사창가 전전
성 매매 업소 종사이유 “쉽게 돈벌 수 있어서”
20대 초반 유입 대부분…“희망 없다” 자포자기


하지만 광주·전남지역 출신은 불과 23.3%로 조사돼 이 지역의 많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타지역의 업소에서 일하는 비중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자기지역 기피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에 대해 광주여성의 전화 박효숙 상임이사는 “여러 업소를 전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고 본인들이 일하는 것을 감추고 싶어 멀리 떠나서 생활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성 매매 업소에 처음 들어온 시기를 묻는 질문에 20∼24세라고 응답한 여성이 17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5∼29세가 43명으로 그 뒤를 이어 20대의 숫자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20세 미만의 여성도 29명으로 11.4%를 차지했으며 14세 미만이라고 응답한 여성도 2명이나 돼 큰 충격을 줬다.

조사결과 이들은 주로 유흥주점과 티켓다방 단란주점 룸싸롱 사창가 노래방 등을 통해 성 매매 업소에 유입됐으며 성 매매를 강요당한 뒤 유흥주점과 사창가에 되팔려 나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성년자들은 대부분 직업소개소와 보도방의 알선으로 티켓다방에 취업했다가 성 매매 업소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다방이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있고 일반다방과 티켓다방의 구분이 어려운 만큼 뾰족한 제재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이들 여성들이 성 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이유는 ▲돈을 쉽게 벌 수 있어서(116명)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64명) ▲기타(32명) ▲적성(30명) ▲취업난(22명) ▲호기심(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성들의 그릇된 성 관념’이라는 식의 비난도 있지만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성 매매를 성 산업이라는 견지에서 사회구조적으로 인식해 줄 것”을 주문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해결책도 마련될 수 있다는 것.

박 상임이사는 “여성들이 공장이나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성 매매 업소로 전업을 한 사례가 많다”며 “여성 취업난과 저임금이라는 차별적인 사회·경제적 여건 때문에 여성들이 성 매매 업소의 유인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또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착취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성 매매 업소의 유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매매 업소 여성들의 수입은 업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0∼150만원대가 가장 많았고 80만원 이하부터 200만원 이상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이들은 또 업소나 업주가 얻어준 숙소 등지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개인활동을 제한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혼자 생활하거나 가족과 생활하는 경우는 41%인 105명에 불과했다.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들 여성의 대부분은 ‘희망이 없다’고 응답해 사회적 고립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음을 보여줬다. 거듭된 질문에도 여전히 41명은 ‘희망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47명은 결혼을 장래희망으로 꼽아 씁쓸한 뒷맛을 남게 했다.

한편 광주여성의 전화는 “이번 조사가 심층적이지 못하고 밀집지역 이외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성 매매에 대한 확실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이번 결과를 성 매매 전체의 현실이라고 간주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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