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동광주병원
막가는 동광주병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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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에 닥치는대로 가압류 민형사소송-단일사업장 최대/ 신원보증인까지 재산가압류 30억여원/ 본사기자도 명예훼손 피소/ 인권도시 광주서 이런일이.../ "동광주가 광주를 망치고 있다". 파업 211일, 천막농성 95일째를 맞는 동광주병원사태가 사상 최대의 법정 소송사태로 비화되고 있다. 병원측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닥치는대로 재산을 가압류하고,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현재 병원측의 각종 고소·고발, 가압류 신청 등 '법적 대응' 덫에 휘말린 사람은 자그마치 연인원 200여명. 조합원은 물론 이들의 입사시 신원보증인, 지원투쟁에 나선 상급 노동단체 간부, 노무사, 정당, 본사를 포함한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가압류, 차압, 손해배상소송 액수만 해도 30억여원. 단일 사업장 소송사태로는 광주지역에서 유례가 없는 큰 규모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애꿎은 사람들까지 빨아들이며 광주 전체를 공격적인 법의 올가미로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가압류와 차압>신원보증인들까지 30억원대의 무차별 재산가압류 동광주병원으로부터 재산을 가압류당한 사람은 알려진 것만 모두 11건에 연인원 166명이다. 지금도 가압류신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고는 모두 박중욱 전 동광주병원이사장과 신현호 전 동광주병원장, 김기선 광주병원장을 비롯해 정창호, 정용호, 김광채, 정미원, 김형숙씨 등 동광주병원 이사들. 이들 8명이 166명을 상대로 무려 3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압류한 것이다. 가압류 신청 이유는 이들의 집회와 시위로 인해 업무를 방해받아 손해를 입었다는 것. 신원보증인들은 조합원들의 재정보증까지 겸하고 있어 가압류신청 대상이 되고 있다. 문산중학교 행정실 직원 이유동씨(46)는 이들 가압류 피해자들 가운데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딸 지연씨(24)의 입사 보증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졸지에 7억원의 재산이 가압류당했다. 병원측이 딸 지연씨에게 퇴직금 등 2건의 가압류를 한 것도 부족해 이씨의 월급에서 5천만원을 차압하고, 집을 3억원에 가압류한 것이다. 또 이씨와 함께 신원보증을 선 친척의 집까지 3억원에 가압류당하는 등 한 마디로 온 집안이 날벼락을 맞았다. 이씨의 가족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은 재산 가압류외에도 월급차압으로 인한 생활고다. 이씨는 "학자금과 가계안정자금 대출 상환 등으로 매월 월급에서 60만원정도 떨어졌는데, 지금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월급의 절반이 차압당하고 있다"며 "보너스달인 3월에는 47만원을 오히려 더 반환했고, 2월에는 9만원밖에 못받았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5인 가족이 9만원으로 생활하고, 보너스달에는 오히려 빚을 내 대출상환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년이 2002년 12월인 이씨는 월급이 차압당한 현실에서 희망이 없다며 조기 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황광주씨(39·광주시 북구청 건설과) 집안도 동광주병원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난 경우다. 여동생인 황미애씨의 신원보증을 선 죄로 월급에 5천만원짜리 차압딱지가 붙었고, 집도 가압류당했다. 황씨의 아버지 계백씨(62) 역시 딸의 보증인으로 나섰다가 집이 가압류당하는 화를 피하지 못했다. 황씨는 "올해 1월부터 그나마 빠듯한 공무원 월급에 차압이 들어와 지금은 생활이 말이 아니다"며 "자기네들 조금 불편하다고 모든 사람들한테 시련을 주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더 이상 말하면 쌍시옷이 나올 것 같아 애써 참겠다는 말과 함께. 이씨와 황씨처럼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7억원까지 재산이 가압류당하고 월급을 차압당한 신원보증인은 50명정도. 나머지는 오정열 조선대병원 노조지부장, 최권종 전남대병원 노조지부장(보건의료노조광주전남지역본부장)등 상급단체 간부들로 지원투쟁을 나왔다가 월급을 차압당했다. 법원의 가압류결정은 곧 민사소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들은 또다시 법정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병원의 파업과 관련, 신원보증인들한테 압류가 된 사례는 지난 1998년 서울 청구성심병원사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이 사건도 대법원까지 가서 모두 무혐의처리됐다. <민·형사 사건>-상급노동단체, 민주노총, 노무사, 언론사 등도 피소 동광주병원사태와 관련된 민사사건은 현재까지 2건. 병원장례식장 강종호사장이 최영숙 노조지부장 등 5명의 조합원 상대로 3천 7백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파업 때문에 장례식장 영업을 지장을 받았다는 이유다. 또 동진의원 내 치과를 겸업하고 있는 문행규 동광주병원 내 치과원장도 최지부장 등 4명을 대상으로 약 2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병원측이 제기한 형사소송은 이보다 더 많다. 최권종 보건의료노조광주전남지역본부장과 최영숙 노조지부장, 이영주 사무장이 업무방해혐의로 병원측에 의해 고소돼 구속됐다가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났다. 이병훈 노무사(무등공인노무사 사무소)는 동광주병원지부의 자문 노무사로 일하다 명예훼손과 제 3자 개입 등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노무사를 고소한 측 역시 김기선 병원장과 이영무 당시 동광주병원 총무과장이다. 이밖에 지원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와 민주노동당 광주시지부간부도 병원측에 의해 무더기로 피소됐다. 조삼수 사무처장과 문길주 산업안전 차장이 폭력, 고기담 대외협력국장과 유봉식 조직부장이 각각 업무방해로 피소된 상태다. 병원측의 무차별 대응은 언론사라고 비껴가지 않고 있다. KBS 1TV 광주전남패트롤(연출 김희수PD)는 지난 2월 13일 '노동자 통신,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방송을 내 보냈다가 김기선 구 동광주병원장으로부터 언론중재위에 제소됐다. 방송내용이 병원측에 불리한 편파적인 보도라며 반론보도를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 중재신청은 결렬돼 현재 병원측의 법정소송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박중욱 전 이사장은 이영무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본사 한기용기자에 대해서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왔다. '시민의 소리'는 지난 2월 26일자(2호)를 통해 '동광주병원 위장폐업의혹/ 박중욱 나와서 풀어라!'는 제하의 심층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동광주병원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박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보도에 대해 박이사장이 보낸 유일한 응답은 '명예훼손 고소'인 것이다. 인권과 민주의 도시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희대의 재산가압류와 무더기 고소를 보는 시민들은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광주시, 노동청 등 관계기관 등이 동광주병원 문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은 도저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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