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광욱 (전 성진산업 운전원) "진실을 믿지 않고 무시했다"
■인터뷰 - 고광욱 (전 성진산업 운전원) "진실을 믿지 않고 무시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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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레미콘 운전자의 '터널속 진실찾기'


"제발 야무지게 좀 써주십시오. 여러 곳을 찾아 다녔지만 모두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고씨는 지난 1년 6개월을 생각하면 지겹다.

화순 운봉터널 의혹주장에서부터 광주 월드컵 입구 짚봉터널 공사까지 관계기관 감리회사를 찾아 '숏크리트'에 대한 진실을 외쳤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씨는 자신과 동료들이 알고 있는 '숨겨진 터널공사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씨는 "회사는 강섬유 배합을 자동으로 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시키면서 1인당 5만원을 더 주었다"며 "2001년 1월 하순경에 광주 월드컵 경기장 진입도로 터널 작업을 시작하면서 레미톤 차량 한 대당 240㎏ 표준 배합량을 어기고 200㎏만 섞어 왔다"는 것.

고씨는 "당시 '왜 이렇게 줄이냐'고 물었더니 '설계가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저 시키는 대로 밤 낮으로 열심히 일을 하던 중 2002년 1월에 일을 '지금 당장 그만 두라'는 통보를 받아 황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 씨는 그 다음날 노동청을 찾아 상담을 하면서 대책을 숙의 했지만 1월말에 끝내 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은 것.

이 때부터 고씨는 자신이 근무 했던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에 들어가지만 임금만 해결 됐을 뿐 복직은 법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씨는 회사가 노동위원회에 답변자료로 제출한 '숏크리트 단가 산출 내역서 및 제품물량비교표' 서류를 보고 놀란다.

1년 전 근무 당시 회사측이 강섬유 배합량을 12포대에서 10포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던 것. 이 때부터 복직을 목표로 익산국토관리청, 경찰서, 광주시를 찾아 다녔지만 누구도 '터널의 진실'을 들어주기 않았다.

최근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를 찾아 상담을 하면서 '공개적인 의혹제기'를 결심한 것. 고씨는 "돈 없고 못 배우고, 힘없는 근로자들은 잘 못된 것을 보고도 어디다가 이야기 할 때가 없다"며 "진실한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지 않고 무시해버린다"고 그동안의 서러움을 털어놨다.

이제 고씨는 당시 직영차량 운전원으로 일했던 동료운전자 4명이 자신의 진실에 증언을 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못 배우고 힘없는' 고씨의 '터널 진실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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