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멀고 '권력' 가까운 총장님
'자치' 멀고 '권력' 가까운 총장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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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자 마자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는 단순히 정치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대학 내 총장선거도 비슷한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대 총장선거는 다른 사립대와 달리 전 구성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박철웅 체제가 무너지면서 재단과 이사회 역할이 약화된 조선대는 사실상 모든 권력의 중심이 총장에 집결되어 있다. 그리고 조선대는 대학 구성원들이 총장을 직접 선출한다. 총장선출의 집행 권한을 쥐고 있는 대학자치운영협의회, 직접선거, 총장의 막강한 권한 등은 대학구성원 스스로 대학자치를 실현해 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선거 끝나자마자 다음 선거 준비”
눈도장 찍고 밥 먹고 정치판 보는 듯


그러나 조선대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성적 판단을 해야 함에도 경영, 정책, 학자적 양심보다 학연, 지연 등 친분 중심의 총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 선거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쉴 새 없이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교수들과 눈도장을 찍어야 하고, 밥 먹고, 골프도 쳐야 당선 가능성이 보인다”고 토로할 정도다. 또, 누구에게나 총장 후보 자격이 주어지면서 대학발전보다는 자익을 위해 총장에 도전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박철웅 체제를 몰아내고 민주총장을 추대했던 조선대는 점차 보수세력과 개혁세력간의 갈등, 조선대 출신과 비출신 등으로 나뉘면서 ‘패거리 문화’만을 양상하는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기삼 총장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조선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예선 결과를 뒤엎고 결선투표에서 몰표로 당선된 김기삼 총장은 각종 비리에 연루, 재직 당시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 내부 비리 의혹은 해결되지 않은 채 총장선거가 치러졌으며 대안으로 결선투표가 사라졌을 뿐이다. 그결과 양형일 총장은 25%의 저조한 지지율로 당선됐다.

총장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필요

조선대는 오는 9월 25알 치러질 선거에서 양형일 총장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김기삼 총장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1차 투표에서 1위가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후보들의 득표율이 합산 50%를 넘는 순위까지 숫자에 관계없이 2차 투표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구성원들의 많은 지지 속에 총장을 선출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아직 조선대는 대학발전에 대한 논의보다는 사람 중심의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달 말 10여명의 후보예정자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선거등록 27일까지 이해 관계에 따라 상당수 후보가 부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역시 대학 구성원들의 후보 선택기준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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