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광풍각 붕괴는 '인재'
소쇄원 광풍각 붕괴는 '인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양 소쇄원이 수많은 관광객들에 의해 몸살을 앓아왔다는 것은 오래된 지적이다. 급기야 올 여름 장마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소쇄원 보호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소쇄원 보존 논의는 무너진 부분에 대한 재보수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20일 소쇄원 광풍각 뒤편 지붕이 붕괴됐다. 이와 함께 광풍각 주변 자연석 계단과 담장 기초부분 지대석 이완이 일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이번 피해에 대해 "광풍각 건물이 뒤편 축대와 수목의 그늘 등으로 비교적 습하고 통풍이 잘 안되는 곳에 위치해 기와가 부식·이완되면서 누수된 것이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무너진 부분을 보수하고 광풍각의 보다 효율적인 보존관리를 위해 구조안전진단을 실시, 광풍각이 위치한 지형적 환경을 고려해 방풍·제습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인 이기심에 제 모습 잃은지 오래

하지만 이는 소쇄원을 지키는 데 임시방편일 뿐 보다 체계적인 관리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소쇄원이 원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1530년 양산보가 꾸민 소쇄원은 제월당, 광풍각, 애양단, 대봉대 등 10여개의 건물로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몇 남아 있지 않다. 소쇄원이 개인 소유라 정원 일부가 민간인의 생활 터전으로 바뀌었다.

1990년대 초 문화유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소쇄원을 찾는 관람객 수가 급증했다. 현재 하루 1천명이 넘는 관람객들을 수용하고 있는 소쇄원은 제월당 구들장이 주저앉고 기둥과 대나무들은 사람들의 손때와 낙서로 썩어가고 있다. 광풍각에 걸린 소쇄원도는 관광객들의 손길에 아예 누더기로 변했다. 그런가 하면 소쇄원 입구에 복숭아 나무는 꽃이 이쁘다며 기념 사진 찍기 위해 나무에 오르는 관람객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봄 죽어서 베어냈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복원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투죽위교'가 단적인 예다. 1985년 무너졌던 이 다리는 그 원형과 의미를 잃은 채 나무와 시멘트로 재보수돼 '다리'의 기능만 하고 있다. 원형 복원 대신 관람객을 위한 편익시설이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보수작업을 한 담장은 이끼가 자라지 않고 있다. 흙을 이용했던 건축 방식과 달라 건물 자체가 숨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역사정 고증을 거친 보수 공사는 소쇄원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김태성 기자

원형 복구 절실 불구 관리주체만 따져

담양군청과 양씨 문중이 관리주체 문제를 놓고 입장차이를 보여 소쇄원의 보존 필요성은 구체적인 논의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쇄원을 국가사적 304호로 지정한 문화재청은 관리주체를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한발 물러나 있다. 따라서 '누가 관리주체를 할 것인가'에 소쇄원의 운명이 달렸다.

이번 소쇄원 피해를 계기로 양씨 문중은 담양군청에 관람료 징수와 원형 복구 작업 등의 요구했다. 담양군청은 "그동안 양씨 문중은 끊임없이 관람료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히며 "이번에 문화재청에서 관람료 징수를 허가할 경우 앞으로 소쇄원 관리주체도 양씨 문중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담양군청이 앞으로 소쇄원 관리 책임을 전적으로 양씨 문중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나 다름없다. 담양군청은 그동안 소쇄원의 휴식년제를 주장한 반면, 양씨 문중에서 '오는 관람객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다'며 휴식년제 대신 관람료 징수를 요구했다. 이처럼 담양군청과 양씨 문중 사이에 보여지고 있는 미묘한 감정 대립은 문화재를 개인 소유 이상의 가치로 끌어올리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