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 단 1% 폐단도 없더라'
'전자입찰, 단 1% 폐단도 없더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인터뷰- 순천시 기갑서 부시장.>


"전자입찰제 확대에 따른 폐단은 단 1%도 없다."

순천시 기갑서 부시장은 수의계약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전자입찰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뒤늦게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타 자치단체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순천시가 민선이후 1기와 2기 시장이 모두 수의계약관련 물의를 빗게되자, 시장직무대행이던 지난해 2월 수의계약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전자입찰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공사, 용역, 물품의 제조 및 구매 등 전분야에서 수의계약가능액을 500만원 미만으로 제한하고 나머진 모두 전자경쟁입찰을 하도록 한 것. 조충훈 현 시장이 취임한 뒤엔 수해복구의 경우 1억원이상의 사업에도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이마저 전자경쟁입찰방식으로 돌렸다.

시행 1년반이 지난 지금 순천시는 과거 '부정비리'자치단체의 오명을 벗고, 전자입찰제시행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기갑서 부시장이 겪었던 나름의 고민과 효과, 타 자치단체가 갖는 우려 등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듣는다.




- 수의계약을 축소시행한 뒤 초기 반발은?

△처음엔 수의계약 제한액을 2천만원으로 축소했다. 그래도 사업과 예산을 쪼개면서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만들더라. 안되겠다싶어 다시 5백만원까지 내렸다. 당시 나흘동안 업자들이 나를 찾아와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한번은 올 초 당시 허경만 도지사가 순천에 와서 점심을 함께 하는데, 합석한 일부 도의원들이 지사 앞에서 '수의계약을 줄였다'고 하소연을 하더라. 또 일부 업자들은 '내 생계 책임져라'면서 미리 준비해둔 공사관련 자재목록을 들고 찾아오더라. 믿는 구석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는데, 조사해보니 이들 10명중 8명이 '종이회사'들이었다.

- 수의계약 줄이고 전자입찰 확대한 효과는?

△사방에서 수의계약 청탁하기 위해 전화로 사정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직접 찾아온다. 단체장이 수의계약 때문에 하루에 뺏기는 시간이 한두 시간씩은 기본이다. 내가 시장직무대행할 때 책임권한을 국장이하에게 줬는데도 나를 찾아오더라. 게다가 수의계약을 주면 고맙다고 꼭 찾아와서 뭘 놓고 간다. 이게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일체 출입을 못하게 해도 두번세번 찾아와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그 자체가 불안할 일이다. 이젠 공무원도, 단체장도, 업자도 모두가 떳떳하다.

- 경쟁입찰을 확대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긋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다. 순천시의 경우 연간 수의계약액이 약 600억원 정도된다. 과거 수의계약을 따려면 소개비가 공사비의 10%에 달했다고 한다. 10%가 없어지니까 그게 '죽겠다'는 말이다. 순천시는 1억원 미만의 사업은 100% 순천지역 업체에게 준다. 여기에 특정업체에 쏠림을 막기 위해 전문업체는 연간 2억원 이하, 일반업체는 3억원 이하로 한도액을 제한했다. 1억원 이상은 어차피 법에 따라 전남도내 업체까지 응찰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기에 논할 것이 못된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지역경제문제로 엮는 것은 잘못이다. 지역경제부실은 사실 눈먼 돈 얻어 흥청망청 쓴 사람들의 문제가 컸다. 이젠 소개비로 새는 돈이 없으니 부실공사도 없어졌다.

잇따른 전임시장 수의계약관련 구속
지난해 2월부터 수의계약 대폭축소
공사시급성, 지역업체살리기 모두 "만족"


- 전자입찰을 하면 사업시행속도가 떨어진다는던데

△사실은 수의계약이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아직도 타 자치단체는 업자 선정을 위해 조율하느라 두세달씩 미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전자입찰로 하면 그런 불필요한 시간낭비가 없어지고, 공고내고 조달청 프로그램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된다. '긴급입찰' 붙이면, 바로 견적 붙여서 2~3일이면 끝난다. 실무자도 양식 그대로 하니까 업무가 쉬어지는 것이다. 아직도 이걸 가지고 문제삼는 이가 있다면, 모른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나쁜 사람'이다.

- 전자입찰 확대시행에 따라야할 제도정비는?

△수의계약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입찰을 하려면 가짜회사, 이른바 '핸드폰업체'에 대한 정리를 동시에 해야한다. 순천시는 '낙찰업체가 자본금·사무실·기술자 등 3요건이 없으면 낙찰 취소'라고 무시로 공고한다. 그랬더니 3분의 1정도가 자동 등록취소되더라.

-민선단체장들이 선거비용에 대한 '보훈성' 수의계약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민선도 수의계약 좋아하면 오래 못간다. 민선단체장은 선거 끝나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수의계약을 주는 형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자기 돈으로 갚아야지 그걸 왜 나랏돈으로 갚는단 말인가. 그래서 난 꿀단지를 열어놓고서 '먹지 말라'고 할게 아니라, 아예 꿀단지 뚜껑을 닫아버리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한편, 기갑서 부시장의 '전자입찰 예찬론'은 관련 공무원들 속에서도 확인된다. 한 공무원은 전자입찰확대의 효과중 가장 큰 것으로 "업자들이 더 이상 사무실에 찾아오지 않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