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저수지, 수의계약
부정부패 저수지, 수의계약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와 5개구청은 이미 전면 전자입찰제를 시행하고 있고, 전남도 역시 마찬가지다. 7월 현재 전남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8개의 시군이 수의계약 가능한도액을 최소 5백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나머지 자치단체도 이같은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전남도내수의계약현황 표참고)

그럼에도 수해복구 등의 이유로 고흥, 구례, 전남도, 신안 등에서 벌어진 수의계약관련 난맥상들은 국민들로부터 공무원사회에 대한 불신을 깊게 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수의계약의 이면에는 선거와의 관련설도 꼬리를 물고 있다. 수의계약 자체의 실태와 문제점, 부패고리 끊기 위한 대안 등을 2회에 걸쳐 점검한다.








건설업이란 굴러가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와 같은 것이어서 계속 공사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넘어지고 만다. 그러나 공사란 가만히 앉아서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 근본적으로는 성실한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야하지만 물고 늘어지는 집착력과 무엇보다도 돌파력이 있어야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연이나 지연, 혹은 그동안 쌓아온 인맥도 중요한 수단이 되었고, 특히 로비활동에 능해야했다. 로비란 우리 회사에 공사를 주는 경우 어떤 장점이 있는 지에 대한 설득력과 아울러 필요한 경우에는 술자리나 향응을 통해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있는 인간성을 인식시키는 일이다.
-호남지역 굴지의 기업인 K씨의 회고록에서





태풍 불어 즐거운 사람들

지난 4월 고흥군의 공무원, 군의원 등 4명이 사법처리됐다. 한 건설업자가 태풍피해 관련 수의계약으로 모두 60억원의 공사를 따냈는데, 이와 관련된 공직자들이 엮여 들어갔다.

지난 7월 초에는 태풍피해복구비를 허위로 부풀린 뒤 수의계약으로 건설업자에게 나눠준 신안군 공무원 2명이 구속됐다.

그리고 최근 신안 군수 역시 태풍피해복구와 수의계약이라는 비슷한 '제목'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미 구속된 임인철 전남도 정무부지사 역시 도와 시군이 발주하는 수해복구사업과 관련, 9개업체에 15건(25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의계약토록 해주었다는 혐의에서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태풍이 불면 피해 주민들은 고통스럽지만, 복구공사를 기다리는 사업자나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주는 공무원은 쾌재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수의계약, 안되도 되게 하라!

전남 남부지역 지역에 수의계약 관련 잡음이 거센 것은 태풍피해가 잦은 해안선을 끼고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가 크다. 일반공사의 경우 1억원이상은 경쟁입찰을 해야 하지만 수해복구사업은 1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더라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법규를 이용한 것이다.

또한 법망을 피해서라도 억지로 수의계약을 만들어 내거나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묘한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공사가격을 수의계약이 가능한 정도까지 낮추기 위해 작은 단위로 쪼개서 시행하는 '분할발주'나 △일단 적은 액수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연속공사'를 한다면서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규모 공사까지 시행하는 경우 △중간에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금액을 올려주는 '얹어주기 수법' 등이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엔 무리가 따르는 법.
특정인 배불리기, 공사자체의 부실우려, 이에 따른 혈세 낭비, 업자와 공무원간의 부패사슬 형성 등의 고전적 문제과 함께 '검은 정치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은, '대가성'여부를 밝히기 어려워 검찰 수사에서도 가장 애를 먹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선거와 수의계약의 먹이사슬

하지만 이와 관련해 공직사회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의 오영택 부본부장은 "처음에는 선거 때 도와준 업자에게 '보훈성'으로 수의계약을 주다가 나중에는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다"면서 비리사슬 형성의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한 자치단체의 고위간부는 "민선 단체장이 자신의 선거 비용을 대주었다고 수의계약으로 보답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개인 선거 빚은 개인이 갚아야지 세금으로 갚으려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는 약간 시각을 달리하지만, 신안군의 한 중견공무원은 최근 신안군수 사건이 불거진 배경과 관련해 "수의계약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고군수의 문제는 반대로 선거이후 군청에서 끈이 떨어진 건설업자 등 구 기득권세력의 저항이라는 측면을 봐야 한다"이라고 말해 역시 수의계약과 선거와의 연관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전면전자입찰 도입, 관련정보공개해야

순천시가 전자입찰제도의 모델로 평가받는 것은 1,2기 민선 시장의 사법처리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결과다. 도내 다른 자치단체들 역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방심하기엔 이르다. 때문에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수의계약 자체를 전자입찰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전자입찰을 하더라도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안군 수의계약관련 행정정보공개를 신청한 바 있는 전남신안군의 한 시민단체는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신안포럼의 김성수 대표는 "지역민들이 군정을 감시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행정정보공개청구"라면서 "하지만 행정심판까지 가면서 받아본 행정정보가 알맹이가 빠진 것을 보고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상시 발주현황 공개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안포럼처럼 시민사회의 견제와 감시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공직사회 스스로 정화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측은 "부정한 수의계약은 공무원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내부고발자보호법 등 법과 제도가 동시에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각종 공사에 대한 주민감시제나 명예감독관 제도를 실질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문제의 수의계약을 전면 전자입찰제로 전환함으로써 부패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돼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