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혁신’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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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체계(RIS)를 둘러싼 황금빛 ‘동상이몽’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혁신체계를 집행하는 지역혁신협의회의 중핵으로 거론되고 있는 참여주체들이 이른바 ‘노다지’라는 젯밥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지역혁신’이라는 염불에는 도통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주체들의 ‘직무유기’만 나무랄 일은 아닐 성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역혁신체계라는 ‘뜬구름 잡는’ 담론만 던져놓은 채 속된 말로 ‘간만보고’ 있는 정부의 처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표방한 ‘토론공화국’답게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무수한 토론회가 조직됐다. 그 때마다 지역혁신체계에 대한 무슨무슨 논의와 주장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 것 같은데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그 놈의 정체는 더욱 미궁 속으로만 빠져드는 것만 같아 답답할 노릇이다.

"참여주체 잿밥에만 관심"…"혁신대상 틀을 짜고 있다"

결국 토론회는 말의 성찬과 언어의 유희 속에 빠져 무수한 담론만 양산해 놓은 채 추상과 관념의 세계로 도피행각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문제는 논의와 담론의 형성 구조에서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이 유예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혁신체계를 앞세워 지방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전략에는 어떻게 보면 사람을 매혹케 하는 마력이 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기조 속에는 지역간 불균등 발전이라는 과거정부의 과오를 미봉하려는 음험한 의도가 숨어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자로서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는 직무유기의 혐의도 묻어난다.

이와 함께 지방언론, 기업체, 지방대학, 지자체 등 그동안 혁신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른바 기득권 세력에게 혁신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것은 그야말로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도 하다. 아마 이 지점이 참여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기실 실행의 유예는 이 부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 같은 우려를 반증이라도 하듯 지역혁신체계의 각 주체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는 그야말로 장밋빛이다.

지역대학들은 지역혁신체계를 ‘대학재정 확충’과 ‘교수 개인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지역언론들도 정부지원이라는 ‘떡고물’을 차지하기 위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광주일보가 타 시도의 춘추 6개사 등과 함께 ‘한국지방신문협회’라는 이름으로 한축을 이루고, 나머지 기자협회소속 신문사들 중 5개신문사가 ‘전국지방신문협의회’에 가입, 다른 한축을 이루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지자체도 ‘지역혁신체계’를 ‘시장과 도지사의 권한을 위협하는 의사결정체계’로 이해하고 일찌감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예산확보용 창구’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지역혁신체계와 관련, 가장 기대가 큰 집단은 지역 기업들이다. 이들은 과거 광주·전남의 열악한 산업기반과 낙후된 경제 여건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정부지원 예산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역혁신'은 정부의 실행의지 부족과 지역 주체들의 ‘동상이몽’ 사이에 갇혀 여전히 미완의 대기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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