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수구족벌언론의 나라 흔들기
[투데이오늘]수구족벌언론의 나라 흔들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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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시사평론가.참여연대 운영위원장]

16대 대선을 치르면서 냉전·극우 헤게모니의 대변자인 수구족벌언론 조·중·동의 힘이 약화되었다. 공정한 여론전달자의 본분을 지키려는 다른 언론들의 노력과 인터넷 매체의 활약으로 '족벌언론의 대통령 만들기'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족벌언론은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잃어버린 힘을 되찾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일 것이다. 족벌언론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불안하다고 주장한다. '개혁불안'이라는 말까지 동원한다. 대통령의 언행이 세련되지 않은 면이 있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개혁 추진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족벌언론이 불안하다고 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실제로 불안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수구기득권 세력이다. 기득권을 잃어버릴까 불안한 족벌언론이 노 대통령의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안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참여정부 구성원들의 저항성이 투쟁적 분위기로 바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족벌언론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과격한 반기업주의자"라는 등 노 대통령에게 과격하다는 딱지를 족벌언론들은 서슴없이 붙인다. 개혁의 힘찬 추진은 과격한 것이며,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인기영합주의"로서 "결과적으로 사회주의가 된다"고 억지를 부린다.

실제 불안한 것은 수구기득권세력

족벌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포퓰리즘이라는 색깔을 덧씌웠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급진, 과격, 개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유포하기 위해 쓰였다. 정상호 교수(한양대)의 연구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다음날부터 취임 직후인 3월 20일까지 3달 사이에만 조·중·동은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각각 68회·76회·49회씩 쓰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5년 동안에는 4회·9회·2회씩, 김대중 대통령 재임 5년 동안에 112회·131회·88회 쓴 데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는 족벌언론의 관심 밖에 있다. 예를 들어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전쟁위기와 국민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전적 태도로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 정부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족벌언론들이 비판하는 근거는 미국의 입장과 다르다는 점 하나 뿐이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뉴욕타임즈가 미국의 대북 봉쇄안을 보도하자 한미간 의견 차를 들어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의 북한문제 해결방식에 도전'하고 있다는 일부 외신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소개하거나, '천진난만한 민족관과 순진 무구한 동맹관을 점검'해야 한다는 등 국민의 정부와 노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또 정부의 노력을 '위험한 불장난'으로 깎아내렸다.

족벌언론의 노무현 대통령 흔들기는 장관 흔들기로 이어진다. 예컨대 NEIS 문제를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면을 보인 것은 문제였지만 족벌언론은 교육개혁의 추진을 강조하는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NEIS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취임 초부터 강하게 흔들었다. '우려되는 평등주의', '설익은 의견', '어설픈 교육부총리', '불안한 입', '성급한 말 잔치', '설익은 발언', '실패한 장관' 등으로 윤 부총리를 몰아부친 것이다.

사회적 公器 충실해야 사랑받아

족벌언론이 참여정부와 가장 강하게 부딪친 것은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홍보업무 운영방안' 때문이었다. 수구언론들은 이를 '신보도지침' '언론통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정부 내부에 적용되는 홍보방침이다. 언론사에 대해 지면편집을 일일이 지시한 5공 시절의 보도지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군사정부 시절 보도지침에 순종하던 조·중·동이 홍보방침을 '신보도지침'이라고 호들갑떠는 것은 잘못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강하게 비판(사실은 비난에 가까운)한다고 족벌언론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공정보도를 통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족벌언론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손혁재(시사평론가.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손혁재님이 새 '투데이칼럼'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손위원장은 시사평론가이자 성공회대 NGO대학원교수로서 현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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