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변호사업계 - 화려한 날은 가고
광주 변호사업계 - 화려한 날은 가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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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 연 9건에서 240건까지 "빈익빈 부익부"/ 40%가 월 5건 이하 / 10%가 연 150건 이상 독식//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K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사무실 사무장을 내보내기로했다. 자신이 직접 여직원 1명과 함께 사무장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K변호사는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되니 근무하게만 해달라”는 사무장의 호소로 없던 일로 했지만 이 사례는 지역 변호사업계의 극심한 위기의식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사법시험합격자 1천명시대를 맞아 지역변호사업계가 저조한 사건수임에 따른 운영난에 신음하고 있다. 전체 변호사 10명중 4명이 사무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건수인 월평균 5건이하의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왜 변호사들이 직접 사무장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서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속에서도 쇄도하는 사건의뢰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변호사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변호사업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엄존함을 읽게하는 부분이다. 29일 광주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수임변호사 104명가운데 이른바 손익분기점이라는 월 평균 5건(년 60건)을 채 수임하지 못한 변호사는 42명으로 전체 40.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9년의 35.4%, 98년 27.8%와 비하면 불과 3년새 10%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변호사업계 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간 전체 평균수임건수도 변호사1인당 81건으로 전년 95건보다 떨어졌다. 반면 월 평균 12건이상, 연 1백50건이상 수임하는 변호사는 10명으로 전체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연 2백건이상의 사건수임도 3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한 해 수임건수 1위를 기록한 J변호사의 경우 지난 해 2백40건이상의 사건을 수임해 주위를 놀라게했으며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L변호사가 그뒤를 바짝 뒤쫒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높은 사건수임이 반드시 성실하고 충실한 변론으로 이어지겠느냐는 것이다. 연수원출신 한 변호사는 “경험상 변호사 한 사람이 형사와 민사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 충분한 재판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한달 평균 10여건, 연 1백20여건이 적정 수준 ”이라고 말했다. 한달에 15건 ,20건씩 처리한 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의뢰인들이 불성실변론에 대해 수임료를 돌려달라는 등의 다툼이 끊이지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지난 해 말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문제 연구모임을 찾은 오모씨(45·여)는 “3년전 한 변호사사무실과 착수금 3백만원에 선임계약을 맺었으나 변호사가 미처 일을 시작하기전에 사건이 해소돼 돈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지금까지 ‘알아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변호사들이 어렵다, 어렵다하는 것은 일정부분 스스로에게도책임이 있다. 의사들을 보라. 간호사가 진찰한 적이 있나. 물론 직업상 특수하긴 하지만 의사들이 일일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처방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뒤 “상담이나 사건처리 상당부분을 사무장에게 맡겨둔 상태에서 의뢰인들에 대한 정당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한 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송건수는 7백여만건. 이 중 정식 민사사건과 기소된 형사사건으로 원고와 피고가 있는 사건으로 변호사 수임사건은 28만건으로 수임률은 20%를 약간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는 변호사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변호사 수임료 3백만원∼5백만원(물론 2백만원대로 낮아진 경우도 많다)이 양질의 법률 서비스제공에 대한 대가인 지, 직원 인건비 및 사무실 운영비에 대한 것인 지 모호하다고 꼬집기도 한다. 지역 변호사업계의 ‘불황’은 인터넷과 전화상담등 최근 법률시장에 불어닥친 새로운 변화의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scourt.go.kr)홈페이지는 각종 재판관련 소송절차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으며 법률구조공단(klac.or.kr)이 운영하는 사이버법률상담실도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또 민변소속 변호사1백여명은 디지털로(www.digitallaw.co.kr)라는 인터넷 법률상담실을 개설했고 오세오닷컴(www.oseo.co.kr)도 최근 지역번호없이 전국 어디서나 800-8282(유료)로 전화하면 3백여명의 분야별 변호사들이 24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전화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중심의 법률소비스문화가 대중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지역변호사들의 위기의식은 가히 ‘공포’에 가깝다. 김동주변호사는 최근 <광주변호사회보>기고문에서 “생계마저도 해결하지 못한 젊은 변호사들이 부과된 최소한의 윤리마저도 지키지 못한 채 의정부비리 등 이른바 사건수임을 둘러싼 제반 비리가 빈발함으로써 전체 법조인의 명예와 긍지가 끝간데 없이 추락하고 말것처럼 느껴져 공포스럽다”면서 “고통스러운 암중모색을 거듭해볼 필요가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민사재판 집중심리제시행, 개업변호사 확대, 법률시장개방과 상대적으로 많은 유사직종 종사자 등 산적한 현안을 마주한 지역변호사의 미래는 불안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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