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나는 고발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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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의 관심 속에 출항했던 '노무현 호의 국민참여 정부'가 4개월 째 항해를 하고 있다. 4개월 동안 배를 타고 항해를 함께 하다보니 이 배에 계속 몸을 싣고 있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들이 과연 이 배를 안전하게 운행하여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대양의 한 가운데서 그들끼리 서로 손과 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 한다면 승객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기 어려운 마당에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사회적 갈등과 이해 관계의 다툼을 보고 있으면 과거 에밀졸라(Emile Zola)가 《르 피가로(Le Figaro)》에 반(反) 드레 퓌스파를 공격하기 위해 썼던 기고문 제목이 생각난다.

"나는 고발한다(J'accuse)."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인의 이해와 당리당략에 의해서 불거져 나온 남북 정상회담과 경제 협력 문제와 관련한 대북 송금 사건이 그 첫 번째가 될 것이다. 냉전 시절의 미국과 구 소련의 관계 '핑퐁외교'로 불리어지는 닉슨의 중국 방문, 모택동 면담, 서독과 동독의 통일 과정 등에서 비밀거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 때문에 사법기관에서 수사하고 그 비밀 거래의 내역 과정을 소상히 밝혔는가? 미국은 구 소련과 중국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비밀리에 제공했고 서독은 동독을 위해 비 국가 기관을 통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지원을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런 문제를 미국과 서독의 야당과 언론이 자금지원을 문제삼아 거론하고 수사하자고 외쳐댔는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을 줄이고 평화를 확신한다고 생각했기에 암묵적으로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았는가? 모두 파헤쳐서 어쩌자는 것인가? 대북 송금과정 관련자들이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웠는가?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었을 경우를 우리의 야당과 언론은 상정해 보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통일 후에 독일은 그렇게 튼튼한 경제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과연 갑작스럽게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면 우리 국가의 경제력으로 그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온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의 비용으로 5억 달러라면 7천만의 평화와 안전의 비용으로 약소한 금액이 아닌가? 자칫 잘못하다가 대한민국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경우에 대비한 보험금이라면 얼마나 경제적인가?

정권을 재창출하고서도 지지멸렬이 되어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새천년민주당의 몇몇 의원도 고발하고 싶다. 대선 국면에서의 선거 전략상의 실수는 어느 당파에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뛰어 넘어 새 천년 민주당은 정권을 재창출하지 않았는가? 일부 공(功)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새 천년 민주당이 무능하고 부패 하다면 함께 능력을 키워가고 정화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지금 한 시민의 입장에서 민주당내의 이른바 신주류, 구주류의 지루한 당권 싸움을 지켜보는 심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주류 의원들의 경우, 스스로 개혁파라고 자처하기 이전에 과연 국민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었는지에 대해 냉정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고, 더욱이 그 이전에 자신들의 정치 입문 과정에 대한 자기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염치와 도덕성,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신의에 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구주류 의원들의 경우, 왜 개혁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올라 신주류의 강력한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왜, 특정 정치 인맥이 인적 청산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 알만한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득세했던 구주류 정치인들의 분별없는 정치행태, 그리고 국민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보다도 '끼리끼리'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자문자답(自問自答)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구주류를 퇴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정치인의 퇴출은 선거라는 절차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생각해 보라. 노무현 정권 출범 100여일 동안 집권당인 민주당내의 지루한 당권 투쟁으로 누가 피해를 입고 있는가?
자칭 스스로 개혁파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과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정치에 입문했고 새 천년 민주당의 도움 없이 그들의 순수한 개인적 능력만으로 정권을 창출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들이 청산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인들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새 천년 민주당의 후광과 도움 없이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는가? 정치인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는 논외로 치자.

국민들은 어찌할 것인가? 산적한 국가적 현안들은 어찌할 것인가? 각개 각층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그대들 아닌가?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전국이 꽁꽁 묶여 있을 때 무엇을 했는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NEIS) 문제로 교육계가 갈등을 보일 때나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 자본의 철수 운운하는 사태를 불러 일으켰던 조흥은행 파업 때는 무엇을 했는가? 시민의 발을 묶고 있는 지하철 파업 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제갈량의 출사표라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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