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에 풀어놓는 수다
서른 중반에 풀어놓는 수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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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의 준말이라는 오프라인 ‘쥬비’가 만들어진지 딱 10년 만인 2000년4월 온라인 ‘쥬비’가 결성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cafe.daum.net/juvi89.’ 이곳에 자유부인들의 은밀한 공간이 마련됐다. 서른 중반의 여인네들이 격주마다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토해낸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1990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해진 가격대에서만 주문을 하기로 했는데 누군가가 혼자, 기어코 비싼 파르페를 먹겠다고 고집하는 통에 모두들 한 마디씩 거들었던 것으로 봐서. 그때 우리들은 마냥 이뻤던(그땐 몰랐다. 그 나이가 누가 봐도 예뻐 보인다는 것을) 스물, 스물 하나였다.

전대 정문 앞 We 라는, 대학서점 2층에 자리한 유리 창문이 커다란 널찍한 카페였다. 그곳에서는 열 명 남짓한 스무 살, 스물 한 살의 그녀들이 모여 어떤 모임 하나를 결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감히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엄두도 못 내던 그때. 30대라는 낯선 이름을 거론하며 그때도 우리의 만남을 유지하자면 지금부터 계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수다의 주제였던 것 같다.

자유부인들,10년만에 온라인 '쥬비'결성
그시절 추억 되새기며 세상살이 얘기나눠


오랜 시간 시끄럽게 열을 내며 각종 이름들을 주어 담다가 그네들은 ‘자유부인’으로 만장일치를 봤다. 자유부인이라 이름하며 어찌나 즐거워했던지. 하지만 자유부인은 너무 적나라하니 우리끼리만 알기로 하고 공식이름은 그것의 줄임말, ‘쥬비’라 부르기로 했다. 지금의 몸무게에서 5kg이 증가하는 사람은 자연탈퇴라는 조항까지 달았었는데, 그것까지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쥬비’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모두들 오져했었다. 한 동안 1만 원인가의 계돈을 열심히 내며 정기모임을 갖던 ‘쥬비’는 졸업과 동시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있어야 겨우 얼굴을 볼 정도로 이름만 있는 모임이 돼버렸다. 친한 이들 몇몇이만 서로 연락들을 했으며 간혹 한 다리 건너 다른 이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 혹은 두 아이 엄마가 된 이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일에 매달려 있는 사이 그렇게 20대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 너도나도 카페라는 것을 만들던 때에 누군가의 제안으로 우리도 ‘쥬비’를 다시 만들자고 했다. 그때가 2000년 4월이다. 오프라인 ‘쥬비’가 만들어진지 딱 10년 만에 온라인 ‘쥬비’가 결성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cafe.daum.net/juvi89’ 이곳에 자유부인들의 은밀한 공간이 마련됐다.

서른 중반의 여인네들이 거리낌없이 토해내는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있는 곳. 그러다 얼마 전 시민의 소리 한 기자에게서 우리 이야기들을 공유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곳에 어떤 이야기들이 풀어질지는 모르겠다. 그저 우리에게 보여지는 세상살이가 이 글을 함께 읽는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면 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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