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철실장' 이전주장을 반박한다> “정부부처 옮기면 되레 부작용”
<'이건철실장' 이전주장을 반박한다> “정부부처 옮기면 되레 부작용”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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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의 인터뷰글 '중앙부처 이전 없으면 사람·돈 지방 안온다'(siminsori.com-비판과 토론)에 대해 언론인 정병준님이 반박글을 보내왔습니다.
중앙부처의 지방이관문제는 진정한 지방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이냐는 문제만큼 논제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 또한 중요하다고 여겨져 그대로 싣습니다.-편집자>


1.중앙부처 '본래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중앙부처는 국가운영을 위해 집행기능과 함께 정책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국가정책결정에서 행정부의 역할이 입법부보다도 더 중요해져 가는 추세입니다. 이 정책기능 수행을 위해 중앙부처는 유관부처, 총리실, 청와대, 국회, 각 정당 등과 상시적인 협의체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정부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려고 할 때, 정부부처를 집행기능을 주로하는 산하의 기관과 별도로 취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건철 실장은 지난 5일 발표한 논문에서 정부부처를 각 지방으로 흩어 놓아도 국무회의와 차관회의에 맞춰 다른 회의들을 열면 효율적인 국정협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부운영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정부 각 부처간의 협의는 국무회의나 차관회의 등 공식회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자들의 공식, 비공식회의가 훨씬 더 많이 열립니다.

이미 과천의 공무원들이 광화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면서, 반나절 이상을 소비하는 일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회의 개최가 늦어지면서, 국가정책결정이 미뤄져야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엄청날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비공식 접촉의 중요성을 간과한 주장입니다. 통신을 이용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예산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 관계도 문제입니다. 상임위가 열리는 날이면, 많은 공무원들이 국회 복도 바닥에 앉아 답변자료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실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필수인원만 국회로 가서 일처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국회 참여 인원을 법으로 규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규정으로 통제되지 않는 관행이, 제도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국가정책결정 늦어져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정부부처 옮기면 민간기업이전' 설득력 약해
세계서도 전례 없어 지역간 갈등조장 우려"


2. 세계적으로 전례(前例)가 없습니다.

-정부부처를 여기저기에 흩어 놓은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실장은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 등을 성공사례로 제시했지만, 이는 정부부처 산하의 기관을 분산 배치한 것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교육부, 국제개발부 등 15개 중앙부처가 모두 런던에 있습니다.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독일의 경우입니다. 독일은 통일 이후 동·서독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1994년 '베를린과 본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안의 골자는 헌법상의 연방정부를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당시 수도인 본에서 구 동독지역인 베를린으로 이전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특정 정책분야의 연방부처는 본에 잔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독일통일이라는 역사적 상황이 빚어 낸 특수사례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또 정부를 나누긴 했지만 본과 베를린 단 두 곳에 한정했으며, 정책분야별로 연관이 깊은 부처는 함께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이 실장의 주장처럼 정부부처를 여기저기에 흩어 놓은 것은 아닙니다.

3.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 중앙부처를 이동하면 관련기관이 따라 이동하고, 그렇게 되면 관련 기업도 이동하리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단순히 산업자원부가 옮긴다고 해서, 대형 백화점이나 수도권의 대형 공장들이 따라 갈 것이라는 주장이 타당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이 입지를 선정함에 있어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입니다. 그리고 기술과 정보제공, 필요 자재의 원할한 공급 등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관련 부처와의 근접성이 기업 입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나 회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중앙부처보다 관련 연구소의 이전이 기업 유치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전한 외국 도시 가운데서 특정 연구소의 유치가 도시발전의 계기가 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4. 지역간, 지역내의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큽니다.


- 정부 각 부처를 전국에 배치하려하면 지역들 사이 뿐 만 아니라 지역내에서도 엄청난 갈등을 초래 할 것입니다. 광주 지역에 농림부를 유치하고 해양수산부는 부산으로 보낸다면 이 지역의 어민과 해운업계의 반발이 우려됩니다. 광양항 개발이 더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광주에 농림부가 배치되는 것을 경기지역 농민들은 인정하려 하겠습니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의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비생산적인 논쟁만 일으킬 뿐입니다. 또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없습니다.

무책임한 주장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토론의 기회를 봉쇄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 되기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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