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풀뿌리’가 없다”
“기초의회 ‘풀뿌리’가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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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12년째...
식지 않는 '기초의회 폐지' 논란 불꽃



“구의회 의원이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찍기는 2번 찍은 것 같은 디 이름은 잘 모르것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화려한 수사가 무색할 만도 하다. 올해로 12년째 맞는 지방의회(특히 기초의회)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이제 ‘무관심’ 그 자체를 훌쩍 넘어 ‘축소론’과 ‘무용론’이라는 위태로운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의정은 없고 집행만 있다’라는 기초의회에 대한 비아냥 섞인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촉수’가 단번에 잘려나갈 판이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만 눈이 팔려 있어 불붙은 ‘기초의회 무용론’에 부채질을 해대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기초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측은 ▲기초단체의 예산부족 ▲광역·기초단체간 행정중복 ▲기초의원의 자질미흡 ▲행정견제와 감시의 실종 등을 폐지의 근거로 꼽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정당이 집행부와 의회를 ‘싹쓸이 ’하는 독점구조에서 파생되는 폐해와 기초의원들의 이권쟁탈, 의회와 집행부간 야합과 소모적인 힘겨루기 등도 기초의회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 관심’ 행정감시 기능 미흡"
"‘지방분권 전진 기지’ 되레 기능강화 필요"
지방의원 유급제 위해 의원수 감축 선행돼야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 최종수본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기초단체장과 의회가 ‘이권 나눠먹기’를 통해 기초의회를 의원 개인들의 사업확장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혹평했다.
최 본부자은 또 “자질 없는 의원들이 예산만 축내고 있다”며 “과감히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유급보좌관제를 도입, 광역의회를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노조 광주동구지부 김종원 지부장도 “일부 의회의 경우 집행부와 의회, 의원 개인간의 지나친 힘 겨루기로 의장에 대한 잦은 불신임 결의와 예산안 표류, 집행부와 의원간의 폭력 사태 등 꼴불견으로 지역주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며 ‘기초의회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김 지부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의 적극적인 의정감시 활동과 의원들의 자질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지방자치 역사가 아직은 일천한 만큼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그 ‘전진기지’를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소리도 들린다. 특히 해를 거듭하며 기초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이 제고되고 있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폐지’나 ‘축소’를 논할 때가 아니라 기초의회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라는 진단이 학계와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

이와 관련 정상진 북구의회 의장은 “행정부와 의회는 재정을 집행하고 감시·감독하는 양대 수레바퀴로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일각의 ‘기초의회 무용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의장은 이어 “기초의회 의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전문성을 채워가고 있다”며 “이들 의원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기초의회의 활성화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감사와 의결을 가능케 하는 ‘책임의원제’와 ‘주민소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인호 조선대 교수(행정학)도 “기초의회의 경험이 아직 12년도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지역주민들이 좀 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기초의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이어 지방의회의 나아갈 방향으로 ‘꿈(비전) 깡(추진력) 끈(네트워킹) 꾀(지식) 꼴(생김새) 끼(재능)’ 등 6가지를 제시하고 “21세기 의회는 지역밀착형·지식형으로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또 “자기지역 의원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지역주민의 주인의식 결여가 지방의회를 고사로 몰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지방의원 유급제와 관련 “유급제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의원정수 축소 없는 유급제는 예산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며 “현재 의원 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해야 유급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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