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씨, 여자는 밭(?)
남자는 씨, 여자는 밭(?)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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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와 정자는 똑같이 반씩 새 생명에게 전수된다. 우리의 조상은 위로 올라갈수록 많아지므로 외줄기 혈통이란 존재할 수 없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고은광순씨(한의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말이다.

그는 부계혈통제가 법으로 보장되어 전국민에게 '집단최면'을 걸고 있다고 주장한다. "족보, 가문, 고추낳아 대잇기, 종중, 혈통 은 존재 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거짓개념이다"는 것. 그래서 그는 전국을 돌며 '호주제 폐지'를 외치고 있다.

성(性)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지난 4일 조선대와 전남대를 찾은 고은광순씨. 그가 호주제 폐지 이후 내놓은 대안은 '1인1적제'였다.
1인1적제는 모든 것이 개인 중심이다. 국민 개개인은 모두 태어난 직후 하나의 신분등록부를 가진다. 각각의 신분등록부에는 개인의 출생 이후, 모든 신분 변동 사안이 기재된다. 예를 들어 김철수씨와 이영희씨가 결혼하면 각각의 신분등록부에 결혼 사실이 기재된다.

자녀 김경태군이 태어나면 김군의 이름은 김씨와 이씨의 신분등록부에 모두 올라간다. 이혼을 하는 경우, 이혼 사실이 기재될 뿐 다른 변화는 없다. 김씨가 박순자씨와 재혼, 김은혜양을 낳는다면 김양은 김씨와 박씨의 신분등록부에 등재된다. 따라서 김경태군과 김은혜양은 등록표상으로도 어머니가 각각 이씨와 박씨로 기재된다.

1인1적제는 호주제의 남녀불평등 문제를 해결한다. 가족부제도에서는 필요한 개인의 신분 변동에 따른 이적도 필요없다. 또한 부모의 이혼-재혼 등이 자녀의 호적에 드러나지 않는다. 친아버지-친어머니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기재되기 때문에 자녀의 신분등록부만으로는 부모의 사생활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고은광순씨 '1인1적제' 주장


단점으로는 신분등록부를 국민의 수만큼 작성해야 하므로 전산시스템 변경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과다 소요된다는 점 등이 있다. 도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1인1적제가 개인 중심이기 때문에 직계가족을 공동생활 단위로 여기는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1인1적제 도입을 원칙으로 여기고 있던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가족부제도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고은광순씨가 이같은 대안을 내놓는 것은 가족부제도 혹은 1인1적제 도입은 호주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일종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신분등록제 도입은 부계혈통주의의 굳건한 기반을 흔들어놓을 것"이다며 "결국 성은 이름과 마찬가지로 개인을 나타내는 일종의 '부호' 역할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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