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국민에게 불안감 주지 말라
[투데이오늘]국민에게 불안감 주지 말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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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지방분권국민운동 집행위원장. 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어느 시대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있게 마련이어서, 경제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치다. 이치는 그러한데, 요사이의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특정산업이나 계층의 범위를 벗어나 광범위하게 걸쳐 있어서 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럼 도대체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첫째는 현재 상태의 차원에서 물건이 안 팔린다, 공급과잉이다는 뜻이고, 둘째는 흐름의 차원에서 돈이 잘 돌지 않는다, 소비나 투자가 잘 늘지 않는다 는 뜻이다.

첫째, 물건이 안 팔린다는 측면부터 보자. 물건이 안 팔릴 때의 해결책은 물건이 잘 팔리도록 하는 안으로 짜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하여야 물건이 잘 팔리나? 지난 국민의 정부의 경제팀은 물건이 잘 팔리도록 신용카드이용을 촉진하는 대책을 이런 저런 모습으로 내놓았다. 카드발급을 남발하여도 지켜만 보고 카드이용에 대해 추첨하여 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비촉진을 위한 충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가 지금 넘쳐나는 신용 불량자들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 경제팀의 실수는 구매력 있는 계층의 소비증대책이 아니라 구매력 없는 계층의 소비증대책에 골몰하였다는 데 있다. 구매력있는 계층의 소비를 늘리려면 안정적인 구매력이 있는 계층을 늘리거나 사고 싶은 물건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구매력있는 계층을 늘리려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야 하고, 사고 싶은 물건의 공급을 늘리려면 기존 산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을 번창시켜야 한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 경제의 난국을 돌파하려면 소비를 늘리는 수 밖에 없는데 부자들의 소득 증대는 소비를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한 끼에 밥 한 그릇을 먹고 있는 부자의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밥 두그릇을 먹겠는가.

하지만 한 끼에 밥 반 그릇 밖에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올라 밥 한 그릇을 먹게 되면 쌀 소비가 증대되어 농민의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다. 같은 이유로 높은 소득의 수도권 보다는 낮은 소득의 지방이 활성화되어야 전국적으로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방의 부흥을 목표로 하는 지방분권운동을 하는 것이다.

둘째, 흐름의 차원에서 보자. 기업이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나중에 외상값을 받지 못하면 흑자를 내고서도 도산을 피할 수 없듯이 경제는 소비와 투자가 늘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사이 경제가 어렵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할 텐데 그렇지를 못해서 문제라고들 한다.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옳은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도 가뜩이나 물건이 안 팔려 재고로 쌓여 있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하여 물건생산을 늘리면 경제가 더 고약하게 꼬이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때 해결책은 기업이 투자를 하여 물건 생산을 늘리되,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생산하여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투자를 안 하면 어떡하나?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정책의 핵심은 사람들을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 경제팀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지 않다. 가계부채 문제를 시끄럽게 들고 나와 건전한 소비까지 찬물을 끼얹지를 않나, 이자율을 내려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하지를 않나…지금 이자율 비싸서 투자 안하겠다는 기업가도 있는가!

새 산업을 만들어라.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가난한 계층의 소득을 늘려라.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데도 옛날 관료들의 화려한 명성에 현혹되어 지금처럼 경제정책이 그들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이민원(지방분권국민운동집행위원장. 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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